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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치 May 03. 2024

8살 연상의 그

소개팅

 26살쯤이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친구의 소개로 소개팅을 하게 되었는데 내 인생 첫 소개팅이었다.

아마 50가지 그놈과 헤어지고 조금 시간이 지났을 때였을 것이다.

일단 8살 연상이라고 했기에 '너무 아저씨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고등학교 친구의 좋은 사람이라는 말에 일단 만나보자라고 생각하여 소개팅 자리에 나갔다.

그는 나이가 많아서였는지 굉장히 매너가 좋았고, 아저씨 같은 느낌은 조금 있었다. 솔직히 없었다고 말하기에는 그는 세월을 피해 가지 못한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나는 50가지 그놈 때문에 자존감이 매우 낮아있는 상태였고, 내가 원하는 이상형의 남자는 딱 하나였다. 거짓말하지 않는 남자. 사람한테 심하게 데이다 보니 그것은 죽어도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다정했고, 매너가 좋았다. 서툴렀고, 나를 어쩔 줄 몰라하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괜스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얼굴에서부터 눈빛에서부터 모든 것이 드러나는 것이 순수해 보였다. 34살의 남자가 순수하지는 않을 테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우리는 소개팅 날부터 2번인가 3번을 더 보았고, 사귀게 되었다. 순수하고 매너 있는 모습에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었다. 그는 나와 사귀고 나서 내게 목걸이를 선물해 줬다. 사귀어줘서 감사하다는 의미였다.


그전에도 연애를 몇 번 해보았는데 목걸이 선물을 이렇게 단기간에 받아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게 재력이 있는 30대 중반의 연애인가?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좋아서 준거였겠지만 말이다.


그와 나의 거리는 중거리 정도의 차로 1시간 거리였다. 그는 일이 끝나면 거의 주 3회 이상을 나를 보러 왔다. 주말에는 당연히 데이트를 했다. 약 반년이 안되게 사귀었던 것 같은데, 그 처럼 다정하고, 매너 있던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와 왜 헤어졌는가?


이유는 딱 하나였다. 결혼.

그는 결혼을 하고 싶어 했고, 계속해서 우리 부모님, 그쪽 부모님 이야기를 하며 인사를 하고 싶어 했고, 어리고 이제 취직을 한 26살의 나는 결혼은 부담이었다. 확신도 들지 않았고, 결혼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우리는 결혼이라는 주제에서 맞출 수 없었다.


특히나 우리 부모님의 그의 나이와 그의 직업에 대해 불만을 가지셨는데, 내가 그를 만나러 갈 때면 부모님은 끌끌 혀를 차셨다. 결혼은 안된다며 극구 반대하기도 하셨다. 물론 반대가 없었어도 결혼할 생각은 없었지만 내가 만나는 사람을 계속 반대하는 부모님이 조금 미웠기도 했다.


그렇게 8살 연상의 그와 반년 간의 연애를 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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