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일만 단편선 #20
병철이와 병진이가 손금과 관상을 보러 갔다. 점쟁이가 병철이에게 말했다.
“돈 많이 벌고 아무튼, 대기만성할 팔자야. 뒤로 갈 수록 좋아. 노년에 대운이 있으니까 건강만 잘 챙겨.”
병철이는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서 점쟁이는 병진이를 좀 관찰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돈 많이 벌고 아무튼, 대기만성할 팔자야. 뒤로 갈 수록 좋아. 노년에 대운이 있으니까 건강만 잘 챙겨.”
그 순간 병철이와 병진이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지금이 강한 컴플레인 타이밍이라고 합의했다. 둘은 동시에 말했다.
“이것 보세요. 각각 2만원씩 내고 하는건데 이렇게 성의가 없으시면 어떡해요? 어떻게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은 점괘를 냅니까?”
그러자 점쟁이는 여유롭게 부채질을 하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원래 끼리끼리 노는 거여.”
그 말에 병철이와 병진이는 다시 한번 눈을 마주쳤다.
‘뭐 할 말 없어?’ 병철이가 눈빛으로 물었다.
‘맞는 얘기 같은데.’ 병진이가 눈빛으로 답했다.
“고맙습니다.”
둘은 동시에 그렇게 말하고, 점집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