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일만 단편선 #18
언T제든 돌아와도 됩니다.
‘발신번호 표시제한’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진규는 메시지를 보낸 이가 누군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그가 이런 메시지를 보내올 줄은 몰랐는데. 채용이 안되는 걸까?
그때였다.
하늘에서 70년대 신디사이저 같은 전자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둥그런 무언가 저 멀리 떠 있었다. 둥근 물체는 점점 땅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진규는 순간 불안을 느꼈다. 쿡은 어느새 진규 옆에 서서, 마찬가지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있었다. 둥근 물체가 가까워지자 그것의 형체가 좀 더 보였다. 그것은 미스테리 유튜브 같은 데서 많이 봤던 비행접시였다. 투두둑, 하고 뭔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쿡의 두 손에서 땔깜이 떨어진 것이었다. 쿡은 비행접시를 향해 환호하듯 두 팔을 흔들었다. 그리고 소리를 질렀다.
“키이이이이이요!”
쿡은 진규를 보며 흥분한 낯빛으로 외쳤다.
“이것 봐, 드디어 왔다고! 그들이 오셨어!”
쿡은 이성을 잃고 있었다. 주변의 악어들도 하나둘 잠에서 깼다. 그러더니 비행접시를 발견하곤 전부 쿡처럼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키이이이이요오!”
“키이이에에엑!”
악어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몰라 진규는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어디로 도망쳐야 할지, 도망치는 것이 과연 더 안전한 것인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비행접시는 땅과 가까운 곳까지 하강한 뒤 멈추었다. 그리고 지상을 향해 밝은 광채를 내뿜었다. 광채가 땅에 커다란 원을 그리며 쏟아지자 악어들이 일제히 그리로 뛰어갔다. 빛의 원 안에 들어간 악어들은 비행접시 안으로 삽시간에 빨려 들어갔다. 쿡이 진규의 손을 잡았다.
“가자!”
“어딜?”
“저기 타야지, 빨리!”
쿡이 진규의 손을 잡고 빛의 원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타면 어떻게 되는데?”
“그들과 함께 가는 거야! 그곳으로! 너도 그걸 원해서 여기 온 거 아니야?”
온화했던 쿡의 눈빛이 서늘해져 있었다. 금세라도 진규를 잡아먹을 듯한 기세였다.
“아니야, 난 그저…”
“아니라고!?”
쿡은 손을 뿌리치더니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진규를 물어죽일 것처럼 달려왔다. 진규는 맹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죽는다. 까딱하면 여기서 악어한테 물려 죽는다. 아니면 정체모를 비행접시에 끌려간다. 진규는 온 힘을 다해 뛰었다.
주변의 악어들이 어느 정도 비행접시 안으로 이동하자 빛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 비행접시는 빠른 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쿡이 그 모습을 보고 진규에게서 고개를 돌려 아직 남아 있는 빛의 원을 향해 뛰었다.
쿡은 소멸 직전의 원에 가까스로 몸을 내던지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비행접시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그 직후 빛은 자취를 감추었고, 비행접시는 전자음 소리를 내더니 저 먼 하늘로 팟-! 하고 사라졌다.
그건 다 뭐였을까?
경찰 조사를 거치고 대사관에 들렸다가 결국 한국으로 돌아온 진규는 방에 누워 골똘히 생각했다. 그리고 문자 메시지를 치기 시작했다.
돌아가겠습니다.
전송 버튼을 누르려다 그는 다시 문자 메시지를 이렇게 고쳐서 보냈다.
돌T아가겠습니다.
“폰 룸으로 가시죠.”
호크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거나 전처럼 잘해보자는 인사 같은 건 없었다. 진규는 아무래도 좋았다. 전화가 오면 빨리 받고, 코드를 틀리지 않는 것. 그것만 충실히 이행하면 될 거였다.
사막에서 있었던 일을 진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비행접시가 사라진 직후 진규를 찾아온 검은 수트의 사내들이 그렇게 당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한다고 해서 누가 믿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 나라의 경찰들이 진규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을 때도, 진규는 “호기심에 울타리 너머로 걸어갔다가 길을 잃고 탈진해 쓰러져 있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을뿐이었다. 결국 추방 명령을 받고 그 다음 비행기로 바로 한국으로 돌아온 진규는 남은 세계 일주 여정을 모두 취소하고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귀국한 지 일주일 되던 날, 호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거였다. 호크는 기다렸다는 듯 답장을 보내왔다.
내T일 10시까지 사무실로 오세요.
전화가 온다. 그것을 빨리 받는다(그게 중요하다). 수화기 너머의 상대방은 인삿말도 자기소개도 없이 곧바로 코드를 부른다.
“에프-세븐투나인파이브 대쉬, 알-에잇투투.”
진규는 포네틱코드를 이용해 상대방의 말을 다시 반복한다.
“폭스트롯,,세븐투나인파이브 대쉬, 로미오-에잇투투. 코렉트?”
“코렉트.”
상대방은 전화를 끊는다.
진규는 시스템에 ‘F7295-R822’를 입력한다. 시스템은 다음과 같이 메시지 창을 띄운다.
‘Unidentified’의 ‘warning’ 분류에 해당합니다. 컨펌하시겠습니까?
진규가 엔터를 누르자 창이 사라진다.
그 다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