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도꼭지이다. 그래서 다른 수도꼭지가 필요하다.

김완 작가의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읽고

by 세미한 소리

<죽은 자의 집 청소>는 유품정리-특수청소 서비스 회사 “하드웍스®”의 대표 김완 작가가 죽음의 현장, 쓰레기집, 오염되고 방치된 곳을 청소하면서 느낀 점을 기록한 책입니다. 우리는 기존의 지식과 상상으로 자살한 사람의 집, 고립되고 가난한 자의 방치된 공간을 얼추 그려 볼 수 있습니다. 보잘것없는 살림살이, 지저분한 환경, 전기 공급 중단 따위를 알리는 노란 딱지, 방치된 죽음 등을 말이죠. 이렇게 우리가 그려낸 모양은 책에서 그리는 모양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뜬구름 같은 우리 그림과 달리 책은 강렬한 냄새를 풍깁니다. 불편한 그 냄새는 가난과 죽음이 우리와 상관없는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옆에 있다는 불편한 사실을 알려 줍니다. 뿐만 아니라 죽음과 가난의 사람들 역시 우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이들임을 환기시켜줍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더 나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이력서를 쓰고, 슬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내 마음도 모르면서> 같은 책을 읽고,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고(심지어 죽기 전에 자신의 자살 도구까지도 분리수거를 하고), 쌍쌍바를 먹기 위해 냉동실에 넣어 두고,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가족들에게 미안함을 느낍니다. 이처럼 우리와 그들은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아픔은 언제든지 우리의 아픔이 될 수도 있습니다.


“수많은 자살 현장을 오가며 죽은 자의 직업과 자살을 감행한 도구가 때때로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경악했다. 낯선 것을 찾기보다는 자기에게 익숙한 것, 일상에서 가까운 것을 자살 도구로 선택한 것이다.”(죽은 자의 집 청소. p233-4)


자신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도구가, 자신을 죽게 만드는 도구가 된다니, 아이러니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맞는 말 같습니다. 살기 위해 돈을 벌지만, 결국에는 돈 때문에 죽을 만큼 힘들지 않습니까? 성공을 좇는 사람은 성공 때문에, 명예를 좇는 사람은 명예 때문에 힘들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 목표도 없이 살 수는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완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또 다른 아이러니를 말합니다. 수도꼭지는 누군가가 혹은 무언가를 씻는 데 도움을 주지만, 정작 스스로는 씻지 못합니다. 죽은 자의 집을 치우는 특수 청소부도 정작 자신이 죽었을 때에는 스스로 치울 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은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각자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고, 이를 씻어내기 위해서는 내가 아닌 다른 수도꼭지가 필요합니다. 만약 가난을 해결하지 못해서 죽으려는 이에게 넉넉한 수도꼭지가 나타나서 도움 주었다면, 비난과 멸시에 지친 이에게 격려와 응원을 해주는 수도꼭지가 함께 했다면, 어쩌면 그들은 여전히 힘들지만 동시에 보람을 느끼면서, 슬프지만 또 기뻐하면서 우리 곁에서 계속 살아가고 있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그들 역시 수도꼭지이기에, 자신만의 물로 다른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요? 스스로 씻지 못하는 수도꼭지이지만 자신을 찾은 이들에게는 씻을 수 있는 물을 넉넉하게 내어 주는 것처럼 말이죠.


우리 모두는 수도꼭지입니다. 그래서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는 것이 당연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문제로 힘들고 아프겠지요. 그런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거나 절망에 빠지지 말고, 용기 내어 주변의 수도꼭지에게 도움을 요청합시다. 그들이 내어 주는 물로 눈물을 씻어냅시다. 한편 나 역시 누군가가 씻을 수 있도록 나만의 물을 내어 줄 수 있는 수도꼭지라는 점을 기억합시다. 만약 누군가가 내 안에 있는 물로 자신의 눈물을 씻을 수 있다면, 용기 내어 수도꼭지를 틀어 아낌없이 물을 내어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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