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애자일 타령에 나는 진절머리가 날 것 같았다.
10년 전쯤 실리콘밸리 붐과 함께 허파에 바람들듯 그놈의 애자일방식이 한차례 업계를 휩쓸고 갔었다.
애자일 프로젝트 이미 해봤고 콘텐츠가 주류인 업종에는 적합하지 않다는건 말 안해도 알만한 사실 아닌가?
아주 약간의 통찰력만 갖고 있다면 말이다.
말이 좋아 애자일이지 실제로 목격한 대부분의 케이스는
애자일 한다고 나대다가 죽도밥도 안되서 개발 코스트 60%쯤 까먹고
새로 온 PM이 독박쓰고 워터폴로 진행해서 멱살잡고 하드캐리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가 갑자기 급발진하며 전투력이 치솟는건 이유가 있다.
애자일 드립하는 사람치고 일잘하는 경우를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속된말로 주둥이만 나불대고 무책임한 수정요구에 대한 '킹리적 근거'로 사용할뿐
애자일 방법론이 필요한 업무에 대한 이해조차 없더라.
뭐 쉽게 생각해보자.. 영화는 애자일로 만드는것이 가능한가?
아니지. 이미 찍어놓은 분량을 버리는것이지 개선이 아니다.
대사를 바꾸거나 컷씬 연출을 바꾸면 기존에 찍었던 영상은 버리는것이다.
그렇기에 콘티(설계)단계에서 1차 검증을 하고 장소를 세팅하고 카메라 동선까지 구상한 다음
예상되는 변수를 최소화하고 만드는게 제작비를 지키는 방법이다.
이런 단계를 가지는 제작방식이 워터폴이다.
이 회사의 대부분의 콘텐츠가 바로 이 방식으로 만드는 콘텐츠다.
사용자가 콘텐츠가 되거나 콘텐츠가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 위주의 플랫폼 혹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는
애자일 방법론이 적용되는게 합리적이다. (ex 당근마켓, 블라인드 등)
하지만 개발방식이 프로세스화 되어있는 콘텐츠는 절대로 애자일 방식으로 만들면 안된다.
그런데 대표가 이 애자일을 잘못이해하고 콘텐츠 제작에 애자일을 끼얹는 바람에
이곳의 직원들은 무한수정의 지옥에 빠져있었다. (ex 최종_최종_진짜최종_파이널최종)
모두들 지쳐있었고 동기부여가 전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물며 그 반복수정에 매몰되어있는 경영자의 측근조차 분노폭발 직전의 상태였다.
사실 이들이 3년간 만들어온 것들을 냉정히 바라보면
일반적인 조직에서 6개월이면 만들고도 남을 시간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조직에선 6개월안에 만들어도 B2C가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었을거다.
하지만 이들이 3년간 인내하며 만들어온것들은 시장에 내놔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게 명백했다.
시니어가 없다시피해서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지만 비즈니스의 세계는 냉정하다.
시장성이 없는 제품엔 관심이 없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아마츄어 수준의 산출물들은
도저히 돈이 될것 같지 않았다.
스타트업 다니는 이유가 뭔가?
큰 거 한탕 하고 싶어서 다니는거다. high risk - high return
그런데 아무리 뜯어보고 위아래로 뜯어보고 다시 살펴봐도
이들의 결과물에서 전혀 돈냄새가 나질 않았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