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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이보다 훨씬 더 험한 바다도

by 신서안

가장 따뜻한

항구가 되겠다고

밤이 춥지 않게



그러나 조타를 잃고

계절은 항로를 벗어나

지키겠다고 했던 것들을

잊는 쪽으로

놓는 쪽으로



어둠이 가장 짙은 곳마다

비바람이 새파랗게 짖는 날마다

침대 끝을 붙잡고

움직이지 못한 채

그저 가만히 버티던 순간



작은 갑판을 걷는

사뿐한 발바닥

하얗고 둥글게 접힌 앞발

깊은 초록을

머금은 눈동자



이마에 닿는

촉촉한 콧등

뺨에 올리는

두툼한 발



엎질러진 마음 위로

작은 몸을 포개어

흘러내리지 않게

끌어올리면서,



괜찮다고

우린 이보다

훨씬 더 험한 바다도

함께 건너왔지 않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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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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