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친구 Hsiang, 중국 친구 Yi
필리핀 로스바뇨스의 IRRI(International Rice Research Institute)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소수의 사람들을 통해 얻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에 대해 나누는 글임을 먼저 밝힙니다.
중국과 대만 사이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3년 내에 두나라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다는, 전문가들의 조심스러운 예측과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과 대만에 친구를 둔 나로서는, 국제적 기류를 넘어선, 친구로서의 안타까움과 걱정이 크다.
필리핀에 전염병으로 인한 엄격한 락다운이 적용되기 전까지, 나와 가장 친했던 친구들은 바로 중국인과 대만인이었다. 중국인 Yi와 대만인 Hsiang, 한국인 주희가, 함께 일상을 보내며 가깝게 지냈다. 함께 운동하고 차 마시고 쇼핑하며 매일매일을 함께 살았다.
우리는 IRRI내의 어린이집인 레인보우스쿨의 학부모회를 하며 친해졌다. Hsiang이 회장을 맡고 있었고 나와 Yi가 그녀를 도와주었다. 외국에서 오래 유학생활을 한 Hsiang은 매우 재미있는 사람이어서 함께 웃다가 친해질 수 있었고, 비슷한 또래의 자녀들을 둔 덕에, 더 가까워졌다.
안 그래도 웃겼던 Hsiang은, 중국어로는 더 재밌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Hsiang과 Yi, 둘이 더 친했다. 둘은 같은 국적이 아니었지만 같은 언어를 쓰고 있었기에 서로 의지하고 가족처럼 지냈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특히 Yi는 첫딸 마그다의 자폐 판정을 받아 마음이 힘든 때였다. 자주 필리핀에 방문하던 Hsiang의 가족들이 마그다의 케어를 도와줄 정도로 그들은 가까웠다. Hsiang은 우크라이나 사람인 Dima와, Yi은 영국인인 Olly와 국제결혼을 한 공통점이 있어서 더 동질감을 느끼는 듯했다.
팬더믹이 터지고 나서, Hsiang은 공공연히 중국에게 covid19의 확산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락다운이 되고 나서는, 중국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대만인 중 인접한 나라인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중 실종된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중국의 법이 미치는 중국 항공사의 항공기에도 절대로 탑승하지 않겠다고, 내게도 조심하라는 당부를 했다.
Yi는 락다운 동안 힘든 일들을 겪었다. 셋째 아이를 가졌다가 임신 5개월이 넘었을 때에 갑작스러운 유산으로 잃게 되었다. 필리핀의 모든 병원이 포화 상태인 데다, 입원 절차가 까다로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는지 모르겠다. 설상가상으로, 중국과 영국의 관계가 나빠져 Olly는 영국으로, 중국 국적인 나머지 세 가족은 중국으로 간다고 했는데 아직 가지 못한 것 같다. 현재 중국의 상황이 매우 안 좋다는데 가족들이 아빠와 헤어져 중국에 간다는 것이 걱정스럽다.
나도 팬더믹 이후, 중국 탓을 했다. 송두리째 빼앗긴 나의 일상이 너무 억울해서 탓할 상대가 필요했다. 중국인인 Yi 마저도 밉고 싫었다. 어떻게 보면 중국인들이 가장 커다란 피해자가 될 수 있는데도 싸잡아 비난하고 싶었다.
친구의 고통 앞에서야,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사실 중국 정부를 가장 비판하던 사람은 Yi였는데, 그래도 그녀가 중국인으로만 보였다. 한국에 오는 날, 우리를 보내며 하염없이 우는 Yi를 안아주고 나서 이틀 후에 그녀는 셋째 아이를 유산했다고 한다. 그 이후 아무와도 연락하지 않는 그녀에게, 아프게 미안하다.
Hsiang은 가족들과 함께 대만에 있다. Hsiang이 대만에 있고, Yi가 중국에 있는 상황에서 혹시라도 두 나라에 전쟁이 나게 될까 봐 나의 새가슴은 벌벌 떨고 있다. 전염병이 없던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 우리 셋이 같이 매일 운동하고 수다떨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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