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리 Jul 16. 2023

오늘도 고구마를 주문했다.

마음 한조각 6.




나는 오늘도 고구마를 주문했다. 예전에는 마트에 가서 현장 쇼핑을 많이 했지만, 지금은 거의 온라인으로 쇼핑을 한다. 현장 쇼핑이나 온라인 쇼핑을 할 때도 내 시선이 머무는 식품은 고구마이다. 내 시장 바구니에는 늘 고구마가 들어 있다. 고구마를 사서 먹고 소진되면 또 고구마를 구매하다 보니 일년내내 고구마와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즈음은 밤고구마, 호박고구마, 꿀고구마, 자색고구마 등 여러 고구마가 있어 다양하게 구매를 한다.


 





고구마가 한 박스 도착하면 일부는 세척을 한 다음 생고구마로 먹는다. 껍질을 깎은 다음 먹기 좋게 잘라서 물에 담근 후 전분을 씻어낸다. 전분을 씻어낸 다음 냉장고에 쟁여 놓고 며칠 동안 후식으로 먹는다. 일부는 찐다. 찐 고구마의 대부분은 말랭이를 만든다. 고구마 말랭이는 냉장고에 보관하여 두고두고 먹는다. 나머지 찐고구마는 아침대용으로 먹는다. 고구마 한 개를 가지고 사무실에 가서 커피와 먹으면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사실 고구마는 나의 삶과 함께 해 온 음식이다. 어릴적 엄마를 도와 고구마를 심었다. 봄에 고구마 종자를 눕혀 심어 놓는다. 싹이 올라오면 순을 잘라서 밭고랑에 간격에 맞추어 심는다. 강렬한 햇볕과 많은 비가 내리는 여름이 지나면 땅속에는 주렁주렁 고구마가 달린다.




가을이 되면 추수를 한다. 땅이 얼면 고구마도 얼어버리기 때문에 첫서리가 내리기 전에 부지런히 수확한다. 줄기를 다 걷어낸 다음 호미나 괭이로 수확을 했다. 줄기는 껍질을 벗기고 말린 다음 나물을 만든다. 고구마를 수확한 다음 고구마는 햇볕에 잘 말린다. 잘 말린 고구마는 따뜻하고, 넓은 안방의 한 모퉁이의 큰 통에 담아둔다. 그러면 겨우 내내 깎아서 생으로도 먹고, 구워도 먹고, 삶아도 먹고, 쪄서도 먹었다. 어릴 적에는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밥을 지었기 때문에 남은 불로 고구마를 구워 먹는 것은 최고의 간식이었다.

 





고구마를 쪄서 고구마 말랭이를 만드는 일은 겨울을 준비하는 모습 중에 하나였다. 내 고향 경상도에서는 ‘고구마 빼기’라고 했는데 노래도 있었다. 고무줄 놀이를 하면서 불렀던 노래이다.



‘고구마빼기 고구마기 말랐다 말랐어 고구마빼기 고구마기’

 





친구들과 대청마루에 앉아 찐고구마와 김치를 함께 먹으면서 정담을 나누는 장면은 돌아가고픈 순간이다.

 

사실 고구마는 우리나라 260년의 역사와 함께 한 식품이기도 하다. 고구마는 주로 아메리카대륙에서 재배되다가 아프리카, 필리핀과 베트남, 중국과 일본을 거쳐 조선통신사였던 조엄 선생에 의해 1763년 국내에 들어왔다.




고구마는 영양가도 높다. 알칼리성 식품으로 단백질, 식이섬유, 미네랄, 비타민이 풍부하다. 칼륨이 많아서 혈압을 낮추어주고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변비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

 

고구마는 특징과 종류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전분 함량이 높아 밤처럼 분질형을 보이는 고구마는 ‘밤고구마’, 수분함량이 높으며 베타카로틴(고구마 속 색이 옅은 주황색) 함량이 높아 조리 후 선명한 노란색(호박과 비슷한 색)을 보이는 고구마는 ‘호박고구마’, 저장 중 단맛이 증가하여 꿀같이 맛이 좋은 고구마는 ‘꿀고구마’,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아 진한 자색을 띠고 있는 ‘자색고구마’ 등으로 불리고 있다.




‘고구마’하면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1980년대 인기 프로그램 장학퀴즈에 출연한 경상도 출신의 고등학생의 이야기다. 장학퀴즈는 일요일마다 챙겨보던 프로그램이었다. 한번은 진주시의 어느 고등학교 학생이 출연했다. 친척 오빠가 다니던 학교여서 응원을 하면서 보고 있었다.




 당시 문제의 정답이 ‘고구마’였는데 부저를 누르고 엉겁결에 우리 고장 사투리로 “고매”라고 외쳤다. 정답이 아니라 안타까웠던 진행자가 “두 자 말고 석 자인데요”라고 하자 학생이 “물고매”라고 하는 바람에 결국 오답으로 처리되었다. 당황한 나머지 고구마라는 표준어가 생각나지 않은 것이었다. 지금도 그 웃픈 순간이 생각난다. 그 후에 우리 지역민들이 방송국에 오답처리한 것에 항의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덕분에 물고매의 인지도가 전국으로 번졌다.




그 당시 우리 지역에서는 고매(밤고구마)와 물고매(물고구마) 두 개의 품종만 재배할 때였다. 물고매(물고구마)는 주로 공업용 주정이나 녹말을 채취하기 위해 정부에서 매상을 해 갔다. 그래서 일손이 많은 집에서 소득용으로 재배했다. 껍질은 하얗고 삶거나 구우면 물렁물렁하고 물이 많아서 이가 없는 어른들이 좋아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소여물이나 돼지먹이로 사용했다.



나는 오늘도 고구마를 주문했다. 나는 고구마가 참 좋다.



작가의 이전글 호흡이 기도가 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