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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롱녀 Apr 05. 2024

오바마에게 묻고 싶다. 지금도 맛있냐고

하와이 북서쪽을 여행할 계획이다. 하와이 맛집을 검색하면 나오는 대표적인 두 곳이 이곳에 있다.

[지오반니 새우트럭과 마츠모토 쉐이브 아이스]


두괄식으로 표현하겠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먼저 지오반니 새우트럭은 예상 가능한 맛이라 가기 전부터 이곳을 코스에 넣을지 고민이 많았던 곳이다. 도착한 순간에도 사람이 너무 많고 특별할 게 없어 보여 그냥 되돌아갈까 갈등했다.

갈릭 베이스의 새우를 푸드트럭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야외 테이블에서 먹어야 한다. 좋게 생각하면 감성 넘치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워낙 인기가 많고 유명한 곳이다. 대기가 길며 야외 테이블도 만석이다. 그래도 하와이 맛집까지 도착했는데 그냥 가긴 아쉬워 대기표를 받고 주문했다. 끝까지 자리가 나지 않아 결국 차 안에서 새우를 맛보았다. 간식이 아닌 새우와 밥이 포함된 식사다. 이런 음식을 불편함이 가득한 채로 먹어서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없었다.


이 새우를 푸드트럭 앞이 아닌 풍경 좋은 해변에서 먹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새우를 일회용 접시에 담아주는데 기왕이면 종이 도시락 용기에 포장해서 팔면 좋겠다. 해변에서 먹었다면 이 음식에 대한 나의 감정이 달라졌을 것이다. 김밥도 시간에 쫓겨 쿠킹포일 째로 바쁘게 먹을 때와 소풍 가서 돗자리 펴고 먹을 때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새우!!!


한강의 야시장 푸드트럭에서 먹어본 맛 같다. 특별할 게 없어 아쉬움이 많은 곳이었다.




다음 목적지는 북서쪽의 또 다른 맛집인 마츠모토 쉐이브 아이스이다.


쉐이브 아이스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어린 시절에 즐겨 먹었던 간식이라고 한다. 그래서 하와이에 여행온 관광객들이 꼭 먹어본다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이곳도 줄이 길었다. 그래도 궁금한 맛이었다. 곱게 간 얼음 위에 세 가지 색깔의 시럽이 뿌려진 ‘레인보우 쉐이브 아이스’가 시그니처 메뉴였다. 색감이 쨍하고 예뻐서 SNS에 올리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런데 맛이 슬러시보다 못하다. 그냥 얼음에 달디 단 시럽을 뿌린 맛이다. 슬러시도 별로 좋아하는 음식이 아닌데 차라리 슬러시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훌륭한 얼음 간식인 팥빙수가 자꾸 생각났다. 이미 팥빙수를 먹어 본 고급 입맛인데 팥빙수보다 아래 버전인 이 음식이 전혀 성에 차지 않았다. 하와이가 너무 더운 지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입속에서 빠르게 녹일 수 있는 얼음이 더위를 쫓기에 안성맞춤이라 인기가 많지 않았을까 예상해 본다.

나중에 후기를 찾아보니 우리나라 관광객의 대다수가 쉐이브 아이스를 먹으면서 팥빙수를 떠올렸다. 다들 같은 음식을 떠올렸다는 사실이 반갑고 동질감이 느껴졌다.




부족함이 많았을 오바마의 과거 시절.

오바마에게 더위를 날려버릴 간식으로 이만한 게 없었을 것이다. 그 당시 달콤함과 시원함을 동시에 안겨준 최고의 군것질 거리가 아니었을까


오바마에게 묻고 싶다. 지금도 맛있냐고.


성인이 된 오바마에게 아이스 쉐이브는 그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음식일 것이다. 온갖 산해진미를 다 맛보았을 오바마가 여전히 이 시럽 섞인 얼음간식에 열광할 것 같지 않다. 유년시절 초등학교 운동장을 떠올려 보자. 넓고 광활했던 운동장이 성인이 된 후 보면 생각보다 너무 작아 실망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오바마에게 이 아이스 쉐이브는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맛일 것 같다. 어쩌면 이곳에 온 관광객들도 오바마의 추억을 맛보고 싶어서 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난 아니었다. 난 오바마의 팬도 아니고 이곳이 하와이 맛집이라고 소개되어 있어서 온 것이다.


이곳은 어린 오바마의 입맛에 좋았던 곳이니 성인인 오바마는 해외에서 몰려온 관광객들을 보고 조금 민망한 마음이 들진 않을까. 약간은 미안해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에게 한국의 팥빙수를 사주고 싶다.

이곳에 줄 서 있는 관광객들에게도 한국의 팥빙수를 알려주고 싶다. 애국심을 안겨준 맛집 탐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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