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아워 happy hour
호텔의 식음료 매장에서 하루 중 손님이 드문 시간대를 이용하여 저렴한 가격이나 무료로 음료 및 간단한 식사나 간식거리 따위를 제공하는 서비스.
이는 사전에 등재된 ‘해피아워’의 뜻이다.
내가 묵었던 하와이 호텔은 수영장에서 4시~6시까지 해피아워가 있었다.
이곳의 해피아워는 무료로 진행되었다. 간단한 핑거푸드와 음료를 제공해 주었다. 탄산음료 등 논 알코올음료는 물론이고 맥주 및 칵테일도 포함이었다. 메뉴를 보니 하와이 느낌 물씬 나는 칵테일 종류가 여럿 있었다. 무슨 맛일지 궁금했다. 이런 음료를 무료로 마실 수 있는 해피아워라니. 생각만 해도 즐거웠다.
하와이 여행 중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 일정상 호텔을 여유롭게 즐길 수 없었다. 항상 조식 먹자마자 호텔을 출발해 이곳저곳을 다닌 후 지친 몸을 이끌고 귀가했다. 호텔은 잠만 자는 장소였다. 그래도 해피아워는 꼭 즐기고 싶었다. 하루 관광을 줄이고 호텔에 일찍 돌아와 수영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곳이 미국이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서비스를 받으면 팁을 지불해야 한다.
해피아워는 온전한 무료가 아니었다. 음료를 제공받은 후 팁을 지불하는 시스템이었다.
먼저 미국의 팁 문화를 알아보자.
아래는 네이버의 지식백과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미국은 대 고객 서비스의 개념이 가장 발달한 나라 중 하나다. 따라서 각 레스토랑에서는 그 수준에 따른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받게 되며 팁이라는 대가를 지불한다. 호텔보다 비싼 고급식당은 물론 일반 카페테리아까지 셀프서비스 레스토랑 외에는 모두 팁을 지불해야 한다. 팁에 관한 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은 하나의 관습으로 정착돼 팁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그 문화를 모르는 미개인으로 취급받을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햄버거와 콜라로 대변되는 미국 (글로벌시대의 음식과 문화, 2006. 7. 30., 우문호, 엄원대, 김경환, 권상일, 우기호, 변태수)
하와이에서 이런 팁 문화가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항상 얼마를 지불해야 서로가 만족할 수 있을까 대한 고민이 있었다. 보편적으로 음식값의 15%를 내는 게 적당하다고 했다. 하지만 매번 계산하기 번거로웠고 대충 반올림하여 팁을 지불했다. 계산을 잘못해 너무 많이 낸 날엔 조금 마음이 쓰렸다. 마음에서 우러나와 지불한 팁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타벅스에서 음료 주문을 하며 맞닥뜨린 팁 박스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모른 척하기엔 주문받는 직원이 바로 앞에 있고 난 테이크 아웃 하여 곧 이 공간을 뜰 것인데, ‘팁을 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이 생겼다. 이런 생각들은 왠지 모르게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위 지식백과에서 언급한 내용처럼 팁을 지불하지 않으면 그들에게 팁 문화를 모르는 미개인으로 취급받을까 봐 싫었다. 차라리 우리나라처럼 음식값에 모든 게 포함이면 좋았을 텐데 나의 의지와 선택으로 결정해야 하는 팁은 돈을 지불할 때마다 나를 힘들게 했다.
이 힘든 순간이 '무료라고 기대한 해피아워 시간'에도 찾아온 것이다.
무료로 제공하는 음료지만 음료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팁을 내라는 논리. 미국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내가 팁문화가 낯설어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다.
바텐더 앞에 팁 통이 놓여 있었고, 모든 사람들이 주문과 동시에 팁을 통에 넣었다. 그래도 칵테일 제조는 바텐더가 꼭 필요한 일이고 직접 만들어 주는 수고를 해주니 팁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호텔에서 고객을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니 기왕이면 팁도 포함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팁은 한 잔에 1불정도 지불하면 되었다.
나는 칵테일을 주문했다. 그런데 가족 중 나만 음료를 마신 게 아니다. 아이들과 남편도 자신들이 원하는 음료를 1불의 팁을 낸 후 가져와 마셨다. 그렇게 음료를 마시다 보니 수중에 있던 1불이 다 떨어졌다. 이제 내게 남은 잔돈은 5불짜리. 5불을 내고 칵테일을 더 마실 것인가 말 것인가? 마음 같아선 5불을 지불한 후 바텐더의 팁 통에서 4불을 거슬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럴 순 없었다.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 해피아워는 내게 술을 제공하면서 신나는 기분을 유지하라며 흥을 돋우는 음악도 틀어주었다. 놀러 왔는데 팁에 대한 고민으로 흥을 깨기 싫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외국인 관광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이 시간과 공간을 즐기고 있었다. 나도 그들처럼 이 분위기에 취하고 싶었다. 나는 고민을 멈추고 5불을 내고 칵테일을 주문하기로 했다. 브레이크 없는 질주였다. 그렇게 2시간의 해피아워 시간이 끝나고 남은 건 취기와 텅 빈 지갑. 그리고 후회였다.
호텔 방에 돌아와 생각해 보니 과연 이것이 적절한 소비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름 끼치게 맛있는 칵테일도 아니었는데. 여행이라는 즐거운 감정을 유지하기 위해 지불한 돈은 내게 찜찜한 기분을 남겨 주었다. 차라리 제대로 된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해서 먹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후회가 몰려온다. 또 해피아워를 대비해 1달러를 많이 준비해 놓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 게다가 바텐더가 매번 팁의 지불 여부를 확인한 게 아니다. 그들은 바빴다. 그러나 팁을 지불하지 않고 음료를 받아간다는 건 마치 무인 매장에서 물건을 그냥 가져가는 마음 같은 불편함이 들어 지불한 돈이다.
나는 결국 미국의 팁 문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팁을 지불하려고 애썼지만 그러지 못했다. 팁 지불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행위가 몸에 익기까지 여행이라는 기간은 너무 짧았다.
호텔이 제공한 해피아워 시간은 팁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게 한 시간이었다.
이 경험은 이름처럼 행복한 시간은 아니었다. 행복하지 못한 해피아워(Happy Hour)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