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6일간 4인가족(미취학 어린이 2명 포함)의 하와이 여행 비용을 계산해 보니 2천만 원이 조금 넘었다. 우리는 빅 아일랜드에서 6일, 오하우 섬에서 9일을 보냈다.
이 여행은 결혼 10주년 기념 여행이었다. 그래서 여행지를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드물겠지만, 우리 부부에겐 남다른 실행력이 있었다. ) 주말이면 아이들과 국내 근거리 여행을 다녔고, 1년에 한두 번은 해외여행을 다녔다.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멀리 가진 못했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반드시 아이들의 낮잠시간이나 저녁 취침시간에 맞춰서 이동했다. 긴 시간 비행기를 타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고역이기 때문에 그나마 가깝고 접근성이 좋은 동남아 위주로 여행을 다녔다.
그래서 10주년 기념 여행은 평소 멀어서 가기 주저했던 곳을 가고 싶었다. 아이들은 여전히 어렸다. 유럽 같은 관광지를 가기엔 무리였다. 오랜 고민 끝에 결정한 곳이 하와이다. 하와이에는 바다도 있으니 수영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만족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남아 여행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다만 비행기를 더 오래 탈뿐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두 번째 문제는 비용이다. 하와이엔 여행지로 유명한 섬이 세 곳 있다. 와이키키 해변이 있는 오하우, 대자연의 화산섬 빅아일랜드,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마우이! 다 갈 수는 없겠지만 두 곳 정도로 추린다고 해도 여행 기간을 오래 잡아야 할 터였다. 게다가 우리는 아이들이 있어서 성인보다 일정을 느슨하게 짜야한다. 그래서 대략 2주로 여행기간을 잡고 예산을 짜보니 동남아 여행 비용의 몇 배가 예상되었다.
이렇게 계획부터 '이동 거리 및 비용'이라는 장벽을 뛰어넘을 용기가 필요로 했다.
그런데 10주년 기념이라는 핑계를 대지 않으면 하와이 여행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또 동남아를 갈 수는 없다! 굳건하게 마음먹고 여행을 계획했다.
사실 나는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하와이 여행을 한 경험이 있다. 하와이의 멋진 풍경은 너무 오래전이라 잘 기억이 안 난다. 드문드문 흐릿하게 떠오르는 장면만 있다. 그런데 이 희미한 기억 중 가장 강렬하게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여행에서 코피를 쏟았는데 평소 코피를 흘린적이 없어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어린 나에게 너무 고단했던 여행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다시 방문한 하와이에서 다른 방식으로 재현될 줄 몰랐다.
아이들과 함께 한 하와이 여행에서도 코피 쏟을 만큼 고된 경험을 하였다. 잘 아프지 않았던 나는 도착 첫날부터 몸살이 나 하루를 꼬박 누워서 보냈다. 긴 비행시간과 시차적응에 실패한 둘째 아이를 돌보는라 사력을 다해 진이 빠진 것이었다.
그리고 하와이는 수영이 가능한 여행지라고 의미 부여하며 본질이 드러나지 못하게 포장해 보았지만 실은 관광지가 참 많은 곳이다. 동남아 휴양지에서 호캉스 하듯 호텔에서 밥 먹고 수영하는 스케줄이 아닌 것이다. 매일 차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해야 했다. 바다까지 가려고 해도 멀었다. 매일 수영에 필요한 짐을 차에 싣고 호텔을 나섰다. 어느 날은 쇼핑을 하기도 했다. 하와이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된 곳이 아울렛이거나 쇼핑센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늘 다리가 아팠고 칭얼거렸다.
극기훈련이 따로 없었다. 코피만 나지 않았을 뿐이지 모두 지쳐 있었다.
나는 몸살이 났고 남편은 손가락 인대가 끊어졌으며, 노트북을 비행기에 놓고 내리기도 했다. 자동차 기름이 부족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주유소를 찾기도 했고, 경찰에게 속도위반 딱지를 끊기기도 했다. 그 외에도 소소한 사건들이 쉬지 않고 발생해 여행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러나 하와이에 여행간 걸 후회하지 않는다. 하와이 풍경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고 바다 생물도 많이 보았으며 쇼핑의 욕구까지 채워주었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이 가득했던 하와이 여행에서
후회되는
딱! 한 가지가 있다.
대자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빅아일랜드에는 헬기투어라는 관광상품이 있다. 빅아일랜드는 활화산이 있어 헬기투어 중 운이 좋으면 마그마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헬기투어 여부를 발목 잡은 것은 바로 이용 금액이었다. 1인당 40~50만 원 정도였다. 우리는 4인 가족이니 대략 200만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이 비용이 부담되어 헬기투어를 하지 못했다. 화산국립공원을 가보았으니 괜찮다고 위로하며 돌아왔다. 그러나 땅 위에서 보는 풍경과 하늘 위에서 보는 풍경은 천지차이일 것이다. 아쉬움이 남아 다녀온 분들 후기를 찾아보았다. 하와이 헬기 투어를 클릭해서 봤더니 알고리즘이 눈치채고 내게 계속 헬기투어 영상만 띄워준다. 볼수록 더욱 괴롭다.
헬기투어를 했어야 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헬기투어를 하기 위해 하와이에 다시 간다? 하와이 왕복 비행기 값이 헬기투어 비용보다 비싸다. 간 김에 하고 오는 게 맞다. 2천만 원을 썼는데 2백만 원을 더 쓰기 싫어 돈을 아낀 게 제일 후회된다.
다음에 하와이에 갈 일이 또 생길지는 모르겠다.
세상은 넓고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앞날을 장담할 순 없겠지만 하와이를 재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빠른 시일 내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만약 빅 아일랜드에 또 가게 된다면 가장 먼저 헬기를 탈것이다. 어쩌면 헬기를 타기 위해 하와이 여행을 계획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날이 오길 소망해 본다.
이 여행을 계기로 신념이 하나 추가되었다.
간 김에 후회 없이 하고 오자. 기왕 쓴 김에 더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