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산타의 복수

by 고고


‘지금쯤이면 됐을까?’

불 꺼진 방 안의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켰다. 눈 부신 빛에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려웠다. 새벽 1시 반. 15분이 지나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유튜브 앱을 열고 기록 버튼을 눌렀다. 그새 새로운 영상으로 바뀌어 있었다. 
‘설마? 아직도?‘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게 최대한 조심하며 까치발로 방문 앞까지 걸어갔다. 딸아이 방의 닫힌 문틈 사이로 여전히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아까보다 더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디디며 침대로 돌아갔다.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유튜브를 같은 계정으로 설정해 놓아서 시청 내역 확인이 가능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침대에 누워 ’ 아이 핸드폰 제한하는 법‘을 검색했다. 내일 아침이 되면 인터넷에서 알려준 방법대로 당장 스크린타임을 설정해야겠다. 


사실 이 새벽, 우리가 서로 잠들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딸아이와 나, 각자의 목적이 뚜렷했다. 나는 오늘 산타가 되는 날이고, 아이는 산타가 올 때까지 잠을 자지 않고 버틸 예정이었다. 
“난 오늘 산타가 올 때까지 안 잘 거야.” 
“산타는 잠이 들어야 올 텐데?”
“그래도 난 밤을 새워서라도 안 자고 꼭 만날 거야.”
 이런 대화를 하던 낮엔 아이가 잠을 이기지 못할 거라고 믿었다. 새벽에 불 꺼진 침대에 누워 있으니 잠을 이기지 못하는 건 오히려 나였다. 졸음이 쏟아졌다. 얼른 임무를 완수하고 자고 싶었다. 12시가 되었을 땐 , 가족들이 다 잠이 들면 아이도 금세 따라 잘 거라고 생각했다. 30분이 지났을 땐, ‘조금만 더 기다리면 잠이 들지 않을까? ’ 기대했다. 그렇게 10분마다 한 번씩 핸드폰을 깨워 시간을 확인했다. ‘설마 진짜 밤을 새우려나?’

옆에서 코를 골며 잠을 자는 남편을 쳐다보니 울화통이 터졌다. ’ 산타는 왜 나 혼자 해야 하는 거지? 발로 확 밀어버릴까? ‘아니다. 깨면 소리가 들릴 테고 귀를 쫑긋 세우고 바깥소리에 집중하고 있을 딸아이가 단번에 알아챌 거다. 그냥 ’ 산타가 바로 엄마였다고 고백할까?‘ 그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기다린 내 시간이 억울하다. 
고민 끝에 새벽 3시로 알람을 설정했다.

너무 졸린데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머릿속에선 벌써 여러 번 선물을 꺼내 아이들 방에 가져다 놓는 시물레이션을 돌리고 있었다. 그러면 그럴수록 정신이 말짱해졌다. 


‘아이가 몇 시쯤 잠이 들 수 있을까?’
 어느새 새벽 3시에 가까워졌고 설정한 알람은 울리기 전에 스스로 해제하였다. 아이가 잠이 든 게 확실해졌을 때 드디어 방문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머릿속으로 연습한 대로 선물을 꺼냈다. 실행에 옮겼다. 대신 선물을 머리맡이 아닌 침대 발밑에 내려놓았다.


선물을 쉽게 찾지 못하게 하려는,

잠을 설친 산타가 할 수 있는 소심한 복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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