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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Jul 16. 2022

완벽주의

완벽이란 강한 벽을 허물다

 완벽주의의 벽을 깬다는 것은 참 쉽지 않다. 완벽주의에도 장점과 단점이 있지만 나의 완벽주의는 단점이 강한 쪽이었다.

 

 나 자신도 정말 숨 막히게 했지만 내 주변 사람들도 힘들어할 정도였다. 완벽주의가 심할 때는 시작을 못했고 시작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내가 어떤 일을 시작하면 정말 완벽하게 해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자꾸만 날 괴롭혔고 쉽게 결정하지 못하게 했다. 무엇인가 하나를 시작하게 되면 거기에 온 정신과 에너지와 시간을 쏟았고 하루 종일 모든 시간에 그것에 대한 생각만 했을 정도였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고 주변에서는 완벽하게 하려는 생각을 조금 내려놓고 편하게 하라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는 말로 날 달래고 위로하기도 했지만 난 그 말이 오히려 부담이 되었고 더 잘해야 된다는 강박으로 이어졌다.


 잘하고 있으니 편하게, 쉬면서 천천히 하라는 말이 싫었다. 이 말이 싫었는데 그 사람이 싫다고 생각했다. 내 노력을 평가절하하거나 그 말을 하는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잘 된다고 잘난 체 하는 것 같았다. 사실 내가 편하게 가, 쉬면서 천천히가 되지 않았고 그 어떤 것도 대충이 안돼서 그 모습이 답답하고 싫었으면서 자꾸 회피했고 그걸 다른 사람들의 잘못으로 돌렸다.


 나의 이런 모습조차 완벽하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실수하거나 잘못하는 건 누구나 완벽할 수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건데 그걸 인정할 수 없었다. 그 빈틈을 정말 못 견뎌했다. 모든 면에서 어떤 일을 하던지 완벽하게 해내는 존재이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에 들었던 말들이 아직까지도 내 안에서 나를 조종하고 움직이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뭘 하던 잘한다고 했고 잘해야 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잘한 것도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계속 나를 옥죄어왔고 잘한다는 말이 기분 좋게 들리지 않고 부담스럽게 들리고 자꾸만 날 누르는 것 같았다. 스스로는 항상 만족이 없었고 부족하다고 여겼다. 가끔은 힘을 빼고 부담감을 내려놓고 해야 더 잘될 때도 있고 일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는 건데, 나는 항상 급하게 처리하느라 당장 앞에 놓인 일만 바라보느라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고 여유를 즐기지 못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에도 즐거움보단 스트레스가 가득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완벽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이 계속될수록 난 내가 더 싫어졌고 스스로를 자꾸만 다그쳤고 삶이 불행하고 힘들다고만 생각했다. 뭐든 부족하다고 생각했으니 더 불행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학창 시절에 공책정리 하나를 하더라도 잘못 적거나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생기면 그 장을 뜯어버리고 새로 적는 걸 반복했다. 나중에 공책 정리하는 걸 싫어하게 됐고 그렇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처음부터 다시 다 적어야 한다는 게 싫었던 거였는데… 정말 작은 부분이지만 이런 것 하나도 용납하지 못하던 나였다.





 조금씩 이런 모습을 바꾸고 마음의 짐과 부담을 내려놓아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이러다가는 오래 살지 못하고 스트레스로 죽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쉽지만은 않았지만 완벽하다는 기준을 조금은 낮추고,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열심히 했다면 조금은 만족하면서 나 자신을 칭찬해주기로 했다.


 기준을, 내 마음을, 생각을 바꾸면서 스트레스만 사라진 게 아니라 나를, 나 자신을 더 돌보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날 사랑하기 시작하고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바라본 나는 정말 행운이 가득한 사람이었고, 뭐든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생각보다 뛰어난 사람이었다.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나를 믿고 뭐든 할 수 있다고, 잘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시작하는 것이 두렵지가 않았고, 과정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결과가 어떻든 잘한 거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해주니까 다시 도전할 용기도 생겼다.


 맡은 일에 더 최선을 다하게 되었고, 일하는 것이 어렵고 스트레스만 받는 것이 아니라 즐거울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의 나는 새로운 도전과 시작을 즐기는 사람이다. 글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글을 어떻게 쓰는 것인지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내가 좋아하니까, 완벽하지 않더라도 나만의 글을 써보자며 시작한 글쓰기는 내 삶의 위로가 되고 즐거움이고, 친구이기도 하고,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대나무 숲이기도 하다.


 완벽이라는 두 글자를 내려놓았을 뿐인데, 나를 가로막고 있던 벽하나 가 허물어진 것만 같다. 이제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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