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너답지 않아
나라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그걸 스스로 정의 내리는 게 가능한 걸까? 살다 보면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내가 이런 걸 좋아했었나, 난 이런 걸 잘하는구나, 내가 이럴 수도 있구나 등 계속해서 나도 몰랐던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나 조차도 나 자신에 대해 정의하지 못하는데 언젠가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 답지 않게 왜 그래?
갑자기 이 말을 듣는 순간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 답지 않다고? 나 다운 게 뭔데? 네가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건데? 그리고 네가 나에 대해서, 나 다운 것에 대해서 정의를 내릴만한 권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 권리는 나에게만 있고 나도 그 정의를 내리지 못했는데 네가 나다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고? 순간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고 뱉어내지 못한 수많은 말들을 삼켜냈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뭐든 어떠한 하나를 얻기 위해, 무언가를 해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이 사람이 한 그 말에 그토록 화가 났던 이유는 내가 많은 것을 참다가 이제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번 화를 냈을 때 그 말을 들었는데,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난 잘 참는 사람은 아니긴 하지만 예전에 비해 정말 많은 인내와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나의 부족한 이런 모습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고 그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에게 난 잘 참고 착한 사람이었고, 매번 그런 모습을 보이다가 정말 아무러 참으려 해도 아닌 상황을 만나게 되었을 때 결국 터트린 거였는데 그 사람이 나에게 던진 그 한마디는 그동안 내가 노력해왔던 모든 시간들을 부정하는 말로 들렸고 내가 참아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어버리는 말이었고 내가 참지 못하는 것이 이상한 상황으로 만들어버리는 말이었다.
난 네가 알지 못하는 시간 동안 이런 각고의 노력들을 해왔고 네가 날 만났을 때 난 정말 좋은 모습들만 보일만큼 달라져있었어. 그런데 말이야 내가 항상 널 배려하고 맞춰주고 이해해주며, 참아주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 일이야. 그리고 참지 못하는 나도, 잘 참는 나도 그 어떤 것 하나도 나 답다 라고 정의할 수 없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을 했던 사람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앞으로 이 사람을 내 인생에서 지우기로 결정했고, 난 참지 않기로 결심했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나 또한 내 모습이 내가 부끄럽지 않을 사람이 되고 싶어서 좋지 못한 면들을 바꾸려고 했던거지 배려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참아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 사람은 어떻게 보면 고마운 존재기도 하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아닌 사람들을 정리하고 지울 수 있게 해 줬으니까. 예전의 나는 참 무심한 사람이었다. 주변에 관심이 없고 크게 동요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가끔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이런 내 모습을 서운해할 때가 있었다. 모든 사람에게 잘 보이거나 잘해줄 필요는 없지만, 내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잘해주고 관심을 가져보자라는 생각을 했고 열심히 챙겼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며, 어떻게 그렇게 사람을 잘 챙기냐고 넌 정말 섬세하고 다정하다는 말을 했다. 자꾸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이런 칭찬에 기분이 좋아지는 게 아니라 이게 내 모습이 맞나?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난 사실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사람들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고 압박감까지 느끼면서 이걸 계속해왔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내 모습에 대한 말 한마디가 악의가 있든 없든 결과적으로는 나에 대한 평가로 다가왔고, 그게 부담이 되었던 것 같다.
남들을 배려해주고 그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힘들었던 내가 간신히 거기에서 벗어났었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살고 있었는데 또다시 사람들의 시선에 나를 맞추게 되었다. 내 인생은 내 건데 왜 자꾸 남들의 시선에 나를 맞추고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고 남들이 하는 말에 흔들리는 내가 되었을까, 이제라도 내 인생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걸 해보고 싫은 건 억지로 하지 않고 내 길은 내가 창조하며 생각의 중심이 나 자신한테 있어서 그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가 되고 싶다는 것. 나다운 것이라는 건 어떠한 단어나 문장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이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 다른 사람이 개입해서 만들어지거나 흘러가버리는 게 아니라 내가 내 인생을 만들어가며 선택하고 후회하더라도 그 후회가 나로 인한 후회라면 그게 경험이 될 수 있으니까 이렇게 한 번 살아보자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말하면 그건 돈이 안되지 않아? 너무 불안정하지 않아? 이런 말을 들어왔고 그래서 나도 계속해서 망설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 생각만 하고 고민만 하는 사람으로 남아있고 싶지 않아서 이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새로운 도전에 한 발을 내 디뎠더니, 새로운 기회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조금 멀게 보이는 프리랜서라는 꿈을 위해 하는 도전에 조금씩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계속 떨어지더라도 계속 도전해서 얻어낸 네이버 인플루언서 타이틀, 즐겁게 촬영하고 열심히 편집해서 올린 유튜브 영상의 생각보다 높은 조회수, 내 생각과 경험을 꾸준히 적어내다 보니 받게 된 브런치의 라이킷과 공감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내가 나를 믿고 앞으로도 도전할 생각이다. 회사라는 공간에서 벗어나서 더 다양한 꿈을 꾸고 새로운 경험들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