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이어갈 것인가, 바꿀 것인가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행동해주지도 않고 나 또한 그렇다. 나는 지금까지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이어가고 유지할 때 항상 가지고 있는 신념 같은 게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이어온, 그리고 지금까지 지켜온 신념과 관계가 헛되고 쓸모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떠한 인연이라도 다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을 했고 누구를 만나더라도 최선을 다하려고 했는데 상대방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쩌면 바라지 않는다고 하면서, 더 원하고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람들에게 잘해주고 그 사람들을 생각해주는 만큼 누군가도 나에게 그렇게 해주기를.
관계가 지속될수록 나는 그 관계성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하고 빠져들었고, 점점 더 사랑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고, 내 삶에 그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어딜 가든 뭘 먹든지 그 사람들이 생각이 났고, 이건 누가 좋아하는 건데, 이거 사가서 같이 먹으면 너무 좋겠다며 양손 가득 뭔가를 들고 다녔다. 그리고 나누었다. 그중에서는 물질적인 것만 받고 내 마음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 더더욱 관계에 있어서 마음을 닫고 자꾸 사람들을 밀어내려 하는 사람으로 바뀌어 가기도 했다. 지금도 온전히 마음을 열고 사람들을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게 쉽진 않다.
언제가 누가 나한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너처럼 순수하게 사람들을 좋아하고, 만나고 이야기하고 싶어.” 그 말을 들었을 땐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그게 안되지? 그런데 이젠 안다. 그 말에 담긴 의미를.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고,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리고 그렇게 상처받고 힘들었던 이유는 그만큼 사람들을 순수하게 좋아했었고, 사랑했었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는 걸. 또다시 상처받고 힘든 순간들을 마주하고 그 가운데서 나 자신을 지켜내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도, 시작하는 것도 어렵다는 것을.
코로나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게 되면서 관계의 멈춤에 대해서 생각하고 배우게 되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중간에 쉬는 시간이 없이 일만 하게 되면 결국 탈이 나게 되는 것처럼 관계에서도 쉼이 필요하고, 멈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내가 맺고 이어온 관계는 어쩌면 혼자서 달려가고 있었던 것 같다. 주변을 돌아보거나 쉬지 않고 그저 그 상대만 바라보면서 계속 뛰었던 거다. 생각보다 더 호구처럼 퍼주기만 한적도 많았고, 막상 돌이켜봤을 때 나에게 좋은 것과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
관계라는 것 자체가 혼자서는 불가능한 것이고 결국엔 함께 가야 하는 것인데, 같이 걷는 법을 몰랐고 쉬는 법을 알지 못했고 누군가에게 기대는 법이 없었다. 손을 잡고 같이 걷기도 하고, 잠깐 쉬기도 하고 힘이 들면 기대기도 하는 게 필요했었다. 한 번 겪은 그 안 좋았던 사람이, 경험이 앞으로 만날 사람도 그럴 것이라는 의심과 틀을 만들어내서 날 가두었다. 하지만 결국 지금 내 옆에 있는 좋은 사람들은 내가 그토록 쏟아붓듯이 줬던 그 사랑에 고마워해주면서 함께 해주었던, 나의 마음을 무시하는 법이 없던 사람들이고 내가 관계에서 지켜왔던 신념으로 얻게 된 사람들이지 않은가.
여전히 나는 사람들을 보고, 대할 때 너무나 좋고 나누고 싶고 그들이 행복해하는 그 모습을 보는 것이 기쁘다. 최선을 다해서 생각하고, 사랑하고, 나누자는 나의 관계에 대한 신념을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이제는 바꿀 것인가. 매일 고민하게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