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야
오래된 관계를 최근 많이 정리했다. 수도 없이 생각하고 고민한 결과지만 주변에서는 왜?라는 말로 의문을 던진다. 이어온 관계를 끊어낸다는 것. 이것은 말처럼 간단하거나 쉽진 않은 일이다. 관계를 이어나가는 일이 있다면 그와 반대로 끊어내기도 하는 거겠지.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것 또한 쉽지 않다. 한쪽만 좋다고 해서 그 관계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보편적인 생각에서는 오래된 관계를 끊어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왜?라는 의문을 품게 하는 행동인가. 7~8년 정도 이어온 친구관계를 끝냈다고 말했을 때 그 정도 알고 지냈고 친구로 함께했는데 정리가 돼? 혹은 그 시간이 아깝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나는 보편적이지 않은 사람인가? 하지만 나에겐 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야. 정확히 말하자면 그동안의 시간보다 앞으로의 시간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시간들로 발목 잡히거나 날 힘들게 하고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과의 관계를 시간 때문에 세월 때문에 이어간다는 것보다 어리석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시간들과 세월들과 추억들이 아무것도 아니라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나이고, 앞으로의 시간들이며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가.이다. 남을 맞춰주고 배려해 주며 살았지만, 나에게 상처 주는 것이 일상이며 내가 주는 모든 것들이 당연한 사람들은 주변에 참 많았다. 잠깐만 참으면, 내가 조금만 이해해 주면 괜찮겠지 하며 버텨온 시간들이었다. 함께 즐거운 추억을 공유하며 보냈던 소중한 시간이 아니었다. 그들의 시선에 담긴 내 모습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문득 이런 관계들이 날 행복하게 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고 나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답은 아니. 였다. 난 행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 때문에 힘들었고 상처받았고 우울했다.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것을 두렵게 만들었으며, 순수한 친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자꾸만 작은 울타리 안에 날 가두게 되었다. 울타리엔 문이 없었다. 나갈 수 있는 길도 없었고 틈이 없었다. 관계를 끊어내기까지 많은 생각과 고민이 있었다. 이래도 될까? 지금까지 이어온 관계와 시간은 괜찮은 걸까? 나도 생각했던 거다. 하지만 날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이 관계를 정리했을 때 비로소 숨을 쉬는 듯했다. 마음이 평온해졌다.
날 위해서 나의 행복을 위해서 더 이상 미래의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내린 결단이었고 결론이다. 새로운 관계 맺는 것을 좋아했고 나의 모든 것을 내어주었고 내가 희생함으로 행복한 누군가가 있다면 괜찮다며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걸었던걸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