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미니멀리스트가 되어가는 과정
maximalist: 타협을 배제하고 최대한을 요구하는 자, 과격주의자 (출처: 동아출판 프라임 영한사전)
minimalist: 되도록 소수의 단순한 요소를 통해 최대 효과를 이루려는 사고방식을 지닌 예술가 (출처: 옥스퍼드 영한사전)
(출처는 네이버 어학사전, 영어사전 단어&숙어)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나는 인간관계를 넓히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았고 혼자만의 시간이 참 중요했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생 때는 성격도 좀 더 활발해졌고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많은 친구들과 교류하며 지냈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인간관계를 넓힌다는 생각을 딱히 하지는 않았지만 버스 옆자리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친구가 되고, 교양 수업에 혼자 들어온 사람과 친구가 되고, 같이 길을 걷다 이어폰을 끼고 걷는 사람에게 무슨 노래를 듣는지 묻다가 친구가 되는 등 온갖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어가며 친구가 되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렇게 기하급수적으로 계속해서 늘어난 인간관계 속에서 무엇하나 버리지 못하고 모든 관계를 이어나가며 유지하는 인간관계 맥시멀리스트가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챙기려다 보니, 스케줄이 너무 빡빡해서 힘들 때도 있었지만 싫지는 않았다. 사람들을 챙기고 그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나의 또 다른 행복 모먼트였다. 모든 사람들을 챙겨야 하며, 잘 지내야 하고 혼자 힘들어하는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으며 친구의 친구는 내 친구(?)라는 생각과 마인드로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내 핸드폰에 저장된 연락처는 반올림 조금 해서 거의 1,000명 가까이가 되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의 생일날 생일 축하 인사를 건넸으며, 명절과 기념일에는 하루가 연락하다가 끝날정도로 바빴다. 그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많고 넓은 인간관계가 참 부질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 시간과 열정과 마음을 쏟고 쏟아서 이어오던 그 많은 사람들, 그 관계들 속에서 진짜는 몇 안되고 거의 다 가짜였다. 알면서도 줄이지 못하고 더 늘리고 늘리기만 했다. 현실과, 내 자신과의 타협이 없이 최대한을 요구해 왔던 인간관계 맥시멀리스트였던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한결같이 소수의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며 그 관계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보면서 이런 관계가 서로를 위해 좋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많은 관계 속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부담감, 부족한 시간과 부족해져 가는 금전적 상황(?) 등등 이것들을 해결해야만 했다.
나는 그래서 인간관계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했다.
엄청난 대공사 수준이었는데, 코로나를 기점으로 자연스럽게 멀어지면서 정리되는 관계가 생겨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내가 직접 관계 하나하나를 정리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나만의 기준이 필요했다. 앞으로는 이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맺지 않고,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