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이라는 숫자
우리나라에서 30이라는 숫자는 전 나이를 통틀어 가장 부담스럽고 고민이 많은 나이가 아닐까 생각된다. 29살에는 그래도 20대니까 라는 말 뒤에 숨어서 조금은 더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할 수가 있었지만 30살이 되자마자 모든 우주가 나에게 압박을 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저 30이라는 숫자인데, 숫자가 주는 힘이 그리도 컸던가. 29살은 20대의 가장 어른이었지만 30살은 30대의 가장 어린 막내가 아닌가. 아직은 좀 더 막내로 살아도 될까.
20대, 10년 동안 쌓인 경험과 시간들이 9를 만들었고 이제는 9를 넘어 0으로, 다시 시작이다. 난 30살이지만 아직도 내가 좋아하는 걸 하고 싶고, 재능을 찾아가고 있으며, 내 명의로 된 집은 없고, 통장은 텅장이지만 30살인데 아직도?라는 말을 듣고 싶지는 않다. 그동안 정말 치열하게 살아왔고, 열심히 살지 않았다고 할 수 없는 삶을 살아왔으니. 29살에서 30살이 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혹독했다. 많은 친구들을 잃었고 계속된 퇴사의 반복, 우울한 감정들이 가득한 1년이었다.
열심히 했고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날 배신하는 기분 속에서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다. 어서 빨리 지옥 같은 시간들이 끝나기를 바랐다. 드디어 30살이 되었는데 마냥 후련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남들은 조금씩 뭔갈 이루고 쌓아가는 것 같은데 난 다시 밑바닥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착잡하기도 하다. 그래도 오늘 이 시간에도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있고 또다시 고민하고, 일을 하고 있으니 나에게도 빛나는 시간들이, 기회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어본다.
이제부터는 좀 더 솔직하게 나에 대해서 적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