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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Sep 07. 2023

뿌리 깊은 나무 (부정적인 것들)

긍정의 잡초가 필요하다

 부정적인 것들은 뿌리가 깊다. 아주 오래도록 뿌리를 내린 뿌리 깊은 나무들이다. 그래서인지 아주 깊숙이 박혀 쉽게 뽑히지도 않고, 점점 자라서 크기가 큰 나무가 되었다. 내 안에 이런 부정의 뿌리 깊은 나무들이 있어서 예쁜 꽃은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부정적인 생각들과 감정들은 어렸을 적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왔던 힘든 기억 하나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부터 씨앗이 날려 그 주변을 가득히 채우기 시작했고 다음부터는 작은 일에도 감정이 커지곤 했다. 한동안은 아주 어둡고 우울했던 시간도 보냈었다.


 주변의 사람들을 거부했고, 집안의 밝은 빛이 싫어 자꾸만 불을 끄고 어둡게 생활했으며 내 옷은 온통 블랙뿐이었다. 나의 모습을 보는 것이 싫어서 사진 찍기를 극도로 싫어했고 거울도 잘 보지 않았다. 부정적인 것들은 끝이 없이 나의 정신과 육체를 잠식해 왔고 해결책이 딱히 없었기에 이런 부정적인 감정들과 우울감을 '나'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을 싫어하고 밝은 걸 싫어하며 사진 찍는 것과 거울 보는 것, 곧 나를 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 = 결굴 '나'를 싫어하는 나였다.


 이미 커질 대로 커지고 깊게 내린 뿌리를 가진 부정의 나무는 내 안에 있지만 내 맘대로 제거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더 힘들어지지 않도록, 더 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잡초가 많이 필요했다. 긍정의 잡초. 부정의 영양분을 흡수해 가는 잡초를 만들어야 했다. 사소한 기쁨들은 나의 긍정의 잡초가 되었고 나의 모든 영양분을 빨아먹던 부정의 나무들 옆에서 조금씩 자라나며 영양분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긍정의 잡초들이 많이 생겨나자 부정의 나무는 여전히 내 안에 있었지만 더 커지지 않고 잡초들이 그 나무를 둘러싸서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문득문득 머리가 보일 때도 있었지만 바람이 불면 또다시 사라졌다. 우리는 평소에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 사소한 기쁨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와의 의미 없는 대화에도 사소한 기쁨들은 많이 많이 생겨났다. 큰 기쁨이 부정을 없애주지 못한다. 작은 기쁨들이 부정을 감싸고 가려준다.


 길을 걷다 발견한 작은 꽃 한 송이도 오늘의 사소한 기쁨이 되고, 나만 보이는 곰돌이 모양의 특이한 구름도 사소한 기쁨이 된다. 요즘은 이런 것들을 더 많이 발견하기 위해 사진도 찍고 일기도 쓰기 시작했다. 기록하기 위해 더 자세히 관찰하고 느끼다 보니 그것들이 긍정의 잡초가 되어 나를 감싸주고 있다. 올해는 유독 힘든 일이 많았던 터라 한동안은 그 부정과 불안과 우울 사이에서 방황하며 정처 없이 떠돌기만 했었다. 이제는 다시 길을 찾아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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