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흔들리고 넘어지고 깨지는 중
어릴 때부터 들었던 아홉수라는 단어는 나에게 와닿는 단어는 아니었지만 올해의 나는 이 단어를 여실히 느끼고 있는 중이다. 앞자리가 바뀌기 전의 나이라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아지는 나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홉수라는 그 단어의 의미 그대로 29살의 나는 연초부터 지금까지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상하고 힘든 일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고 가장 불안하고 흔들리는 순간을 지내고 있다. 2년 가까이 제일 중요한 일을 맡아서 제일 고생하며 일했던 직장에서는 새로 들어온 사고뭉치 상사를 승진시켰고 나의 성과에 대해서는 입을 싹 씻어버렸다. 퇴사 후 새로 들어간 회사는 역대급 말도 안 되는 인성 쓰레기 사기꾼 대표가 온갖 악행과 불법을 저지르며 매일매일 모든 사람들에게 폭언을 퍼붓고 연봉 사기까지 쳐서 결국 2달 만에 회사를 또 그만두게 되었다.
20살 성인이 되고나서부터 줄곧 이어오던 인간관계에 대한 나의 철칙 또한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고 오랫동안 참아오고 배려하기만 했던 일방적인 관계, 건강하지 못한 관계들도 전부 정리하게 되었다. 유독 올해 더 관계에 있어서도 일이 많았는데, 진심을 다했던 나의 소중한 마음들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 무시하고 짓밟는 순간들도 많았고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게 너무 힘들었던 이유는 내가 정말 믿었던 오래도록 관계를 이어왔던 친구들이 그 실체이기 때문이다.
힘든 일에 계속해서 힘든 일이 더해지고 취업도 잘 안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프리랜서로 전향하고자 3개월째 일을 하고는 있지만 이렇다 할 수입이 나오지도 않아 앞으로의 나의 인생에 대해 당장 다음 달에 대한 고민도 가득하다. 나 자신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전부였던 20대였기에 모든 것이 깨져버린 20대의 마지막 아홉수를 살아내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가 않다. 간혹 찾아오는 약간의 행복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우울과 불안이 덮쳐버린다. 올해 유독 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불안과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그냥 내가 지내던 공간, 지역에서 벗어나고 싶고 이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들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맞다고 생각했던 가치관, 인간관계, 일, 커리어, 앞으로의 계획과 미래가 지금 보니 너무 엉망진창이라, "잘해왔어."가 "잘해온 걸까?"로 계속 바뀌어버린다. 무너져버린 나의 집을 새로이 다시 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막막함뿐이다. 이 아홉수의 끝은 언제 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