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 Sep 02. 2023

전업자녀 프리랜서 생활 2개월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까

 인스타에서 백수를 다른 말로 전업자녀라고 부르는 밈을 보게 되었다. 그렇다. 나는 지금 전업자녀다. 나 스스로는 나를 프리랜서라고 지칭하고 생각하지만 사실 직장을 다니지 않는 백수일뿐이다. 이렇다 할 수입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의 나의 수입은 블로그 애드포스트 광고 수익 한 달 5만 원 정도, 크몽에서 시작한 디자인 작업 1개 판매 수수료 떼고 대략 2만 원, 최근 승인받은 애드센스 수익 330원. 내가 원하는 최종 목적지는 회사에 소속되어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이 아닌 내가 원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버는 프리랜서, 혹은 디지털 노마드, 작가, 크리에이터의 형태이다.


 내가 스스로 나의 길을 개척하고 나를 돌아보고 공부하고 경험해 보고 직접 결정하는 매일 조금씩이더라도 발전하는 그런 삶을 원한다.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쉽지 않지만 항상 꿈꿔왔던 일이다. 사기꾼 기업에서 퇴사한 지도 벌써 2개월이 지나 3개월 차로 접어들었다. 매일매일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까, 당장이라도 다시 회사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과 고민이 피어오른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퇴근 후에는 항상 글을 쓰고 이모티콘을 그리고 포토샵을 공부하고 영상 편집을 해왔지만 뭐 하나 대단한 수익이 내지 못해서 계속 퇴사와 입사를 반복해 왔다.


 이제는 더 이상 회사에 가고 싶지 않다. 하기 싫다고 안 할 수만은 없는 거지만 최대한 미루고라도 그 안에 뭔가 하나쯤 이뤘으면 좋겠다. 내가 하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 중에서 하나라도 대박이 터진다면 제일 좋겠지만.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던 지난날들과 시간들 속에서 회사는 하나의 보험이자 현실을 살아갈 때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번 퇴사 후 처음 한 달 동안은 아주 열심히 구직 활동을 했으며 정말 많은 회사들에 이력서를 넣었다. 거의 다 떨어졌고 그중에서 2개의 회사에서 연락이 왔었다. 한 곳은 면접을 봤었는데, 구직 사이트에 올라왔던 연봉이나 출근 요일과 시간 복지는 전부 거짓말이었고 실제 면접 때 말도 안 되는 연봉과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사기꾼 대표를 만나고는 모든 의욕을 상실했고 원래 이렇게나 사기꾼이 많았는데 내가 올해 유독 많이 만난 것인지, 아니면 정말 아홉수라는 게 있어서 내가 아홉수인 건지 뭔지 모르게 계속 이런 사람들을 만나니 더 이상 사람 자체를 만나고 대화하기가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사 2개월 차에 접어들어서는 정말 열심히 디자인 공부도 하고 블로그 2개에 열심히 글을 올리고 인스타와 유튜브에 올릴 콘텐츠 촬영과 영상 편집, 업로드를 했고 웹소설 사이트에서 무료 연재도 시작했다. 순식간에 2주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러다 갑자기 찾아온 무기력증으로 말도 안 되게 아무것도 안 하고 ott와 유튜브를 보거나 잠만 자는 하루하루가 지속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2주 가까이 이런 하루를 반복하다가 다시 또 이렇게만 지낼 수 없다며 일어나서 오전에 공복 운동을 하기 시작했고 디자인 공부도 다시 시작했으며 글 쓰기와 콘텐츠 촬영과 편집도 열심히 했다. 이번 퇴사 후에는 말도 안 되게 게으르게 늘어져보기도 했고, 잠도 안 자고 새로운 것과 부족한 것들에 대해 배우기도 하면서 그전과는 다르게 서서히 나의 공허했던 어떤 부분의 빈 곳이 채워지는 듯했다.


 제대로 쉬는 것이 무엇인가도 잘 몰랐었던 것 같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큰 것만 생각했지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구체화시키지도 못했던 것 같다. 내 인생에 대해 더 많이 돌아보고 생각하게 되었고 내 미래에 대해 나와 많은 대화를 하게 된 시간인 것 같다. 나를 힘들게 했던 관계 또한 완전히 다 정리를 마쳤고 그들에게 분산되었던 나의 마음과 에너지를 진짜 좋아하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집중하며 더없이 행복해지기도 했다. 인생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꼭 필요한 것 같다. 당장에는 그때 두려움과 불안감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가득하겠지만 막상 돌아보면 그때 오히려 더 큰 것들을 느끼고 깨닫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이전 14화 이 거지 같은 회사! 에서 탈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