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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Oct 18. 2023

이런 말을 듣고도 참아야 하나요?

요즘 젊은 애들은 참을성이 부족하다니까

 광고 회사에서 일을 할 적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사원이고 내 위에 상사분들이 계셨는데, 우리 팀에는 대리님과 과장님이 계셨다. 일을 하는 스타일이 잘 맞고 집도 가까운 과장님과 야근을 할 때면 같이 이야기도 많이 하고 평소 추구하는 업무 방식이 비슷해서 공감대 형성이 잘 돼서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이지만 사적인 이야기나 회사에서 힘든 부분에 대해서도 편하게 털어놓을 정도로 친해지게 되었다. 아무래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며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성과를 내야 하는 광고 회사의 특성상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 끊임없이 다른 방식과 콘텐츠에 도전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과장님과 나는 같은 생각이었고, 대리님은 그걸 못 마땅하게 생각하셨다. 지금 하는 일도 벅찬데 언제 새로운 걸 하고, 새로운 걸 했을 때 결과가 좋다고 확신할 수 없는데 왜 자꾸 새로운 걸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


 나는 전에 광고회사의 직무와 같은 것을 접해 본 적이 없었고 이 회사에서 처음으로 광고를 배우고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밌었고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그걸로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이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과장님께서 제안하시는 업무에 대해 긍정적이었는데, 과장님이 대리님께 의견을 물었을 때 대리님은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라고 했고, 그러자 과장님께서 나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쭤보시기에 너무 좋은 방법인 것 같아서 잘 될 것 같은데요?라고 대답했다. 그때 과장님의 눈에서 뭔가 빛이 나는 듯했고 그 뒤 과장님께서는 열정적으로 설명하셨고 나에게 팀 사람들과 같이 이 프로젝트를 잘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이때부터였을까, 대리님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던 게. 항상 과장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고 새로운 일이 생기는 걸 안 좋아하던 대리님 대신 과장님은 나에게 종종 업무 이야기를 하시며 대리님께 전달해 달라고 하셨었는데, 그게 자존심이 상했던 건지 대리님은 나를 대하던 태도가 점점 달라지기 시작했고, 내가 회의 때 어떤 의견을 말하면 그게 될 것 같냐고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고 하거나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할 때에도 내가 잘 알겠냐 네가 잘 알겠냐 하며 계속해서 내 의견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없는 회의실로 나를 계속 따로 불러내기 시작했는데, 거기서는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폭언들을 들어야 했다.


 스트레스와 불안감은 극에 달했고 언제가 또 그가 나를 불렀을 때 일어서서 걸으려 하는데 갑자기 세상이 하얗게 보이면서 심한 어지럼증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런 나를 보고 그는 내 말이 안 들리냐며 빨리 자기 자리로 오라고 말했고 간신히 일어서서 그의 자리로 갔지만 서있기가 너무 힘들어 벽을 살짝 집고 기대어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는데, 사실 이야기도 잘 들리지가 않았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그는 내 말이 장난 같냐며 태도가 그게 뭐냐고 또 회의실로 따라오라고 말했다. 회의실에 들어갔을 때, 나는 나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너무 죄송하다고 말하며 몸이 안 좋아서 일을 마무리 한 뒤 조퇴를 해도 되겠냐며 물었다.


 그때 내가 들었던 말은,

"ㅇㅇ씨는 친구 있나요? 그 딴식으로 인생 살면 친구들이 뭐라고 안 하던가요? 인생 똑바로 사세요. 그리고 지금 여기 회사예요. 일하는 시간에 아프면 집에 갈 생각을 하지 말고 회사에서 아프세요. 죽더라도 회사에서 죽으세요."라는 말이었다.


 세상에 내가 그에게 뭘 그리 잘못했을까. 이런 말을 듣고 매일 폭언들을 들으면서 이 회사를 참고 다녀야 하는 걸까. 그 말을 듣고 나는 회사를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1년 7개월을 버틴 곳이었다. 집에 와 엄마에게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고 말하니, 엄마가 나에게 말했다. "벌써? 얼마나 일했다고 그만둬." 나는 1년 7개월이나 일했다고 오래 일했지.라고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그게 무슨 오래야. 요즘 젊은 애들은 진짜 참을성이 부족하다니까? 어딜 가든 똑같아. 다 참고 다니는 거야.


 죽더라도 회사에서 죽으라는 상사, 아무도 없는 곳으로 불러 매일 괴롭히는 사람이 어딜 가도 똑같이 있는 걸까. 이런 걸 전부 참고 다니는 걸까. 나는 그렇게 그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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