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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Oct 27. 2024

나는 죽었지만, 다시 산다 #4-2

첫 미션 회고와 새로운 선택지

***


 11시 50분. 곧 오늘과 만나는 시간이다. 과연 어떻게 나타나게 될까. 그리고 나에게 주어지는 10분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시간이 다가올수록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됐다. 괜히 자세도 바르게 고쳐 앉았다. 


 12시가 되자, 갑자기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정신을 잃게 되었다. 

나를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정신이 드니? 하루야.” 

“어? 뭐야. 집에서 만나는 거 아니었어?” 


[“나는 영의 공간에서 할 일이 많아. 

아무 때나 육의 공간으로 갈 수가 없다고. 영의 공간으로 처음 넘어오게 된 영혼들 뿐만 아니라 그 영혼이 택한 사람의 영혼, 그리고 너처럼 육의 공간에서 지내고 있는 영혼들과의 미팅까지. 


너는 퇴근이 있을지 몰라도 나는 퇴근이 없어.” ]


“그거 노동력 착취 아니야?” 

“인간이라면 그렇겠지. 우리 같은 영들은 그런 거 없어. 그나저나 이렇게 쓸데없는 이야기로 시간 보내도 괜찮겠어? 우리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계속 흘러가고 있는 걸.” 


“그러네. 오늘 회사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꽤 많은 수확이 있었어.”

 “그래? 진실에 대해서 어느 정도나 알아냈니?”


 “일단, 내가 죽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나의 부주의가 아니라 내가 올라탄 전동 레일의 고장 때문이었어. 그런데 회사 사람들 모두가 처음부터 레일이 고장 났다는 사실을 나에게 숨긴 채 업무를 담당하게 했고 그로 인해 결국 나는 죽게 된 거지.”


 “하루 만에 꽤 중요한 것을 알아냈구나. 생각보다 빠른걸?”

 “나를 어떻게 생각했던 거야. 나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표면상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의 다는 아니야. 그 속에 숨겨진 이면을 알아내야 해. 겉으로 드러나는 이야기 말고 마음 깊은 곳에 감춰둔 비밀을 파헤쳐야 하는 거야.” 

“사실, 내가 정확하게 어떤 걸 알아내야 할지. 그 이면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어.” 


“사람들이 너와 대화할 때 전부를 말하는 것 같아도 실상 100%는 아니라는 뜻이야.

 너는 지금까지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알아낸 거고 그 사람들에게서 100%를 끄집어내야 해.” 


“일단 최대한 노력해 볼게. 그런데 혹시 시간의 제약은 없는 거야?” 


[“육과 영의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지. 


우리는 육체의 공간에서 육체가 죽은 후 백골화가 되는 기간을 기준으로 최대 기간을 설정했고 그 기간은 2개월이야. 


 2개월 안에 하루 너는 모든 미션을 완수해야지만 성공인거지.” ]


 2개월이라··· 어떻게 보면 긴 것 같기도 하지만 그 기간 안에 나에게 주어진 미션들을 완벽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짧은 시간이었다.


 [“근데 이 조건들이 나한테 너무 불리한 조건인 것 같아. 


물론 새로운 삶에 대한 기회가 나에게 주어지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고 쉽게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혼자서 미션을 수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걸.”]


 [“그 부분에 있어서는 또다시 네가 선택을 해야 해. 


2개월 안에 너 스스로 미션을 수행하던지, 영의 공간에 갇혀있는 임관홍의 영에게 도움을 받는 대신 기간을 1/2로 단축시키는 거야. 어떤 걸 선택할래?”]


 “둘 다 별론데 다른 선택지는 없는 거야? 나한테 어떤 능력이 생긴다거나 그런 건 안 되는 건가.” “너 진짜 아직도 현실이 뭔지 모르겠니? 이건 드라마가 아니라니까!”


 “혼자서 해결하기에는 너무 힘들 것 같은데, 임관홍에게 도움을 받고 싶진 않아.

그리고 임관홍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알 수 없는데 기간이 단축되는 것도 나한텐 너무 큰 리스크고.” 


[“하나를 얻는 대신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지. 


 그렇다면 마지막 선택지를 줄게. 이제 더 이상 다른 선택지는 없어. 네가 원하는 한 사람의 속마음을 볼 수 있는 권한을 줄게. 


 그 권한을 쓰기로 한 그날로부터 한 달 전까지의 속마음을 볼 수 있어.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너에게 달린 거야. 대신 딱 한 번만 사용할 수 있고, 기한은 하루. 그 안에는 무한으로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속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부분을 선택해서 볼 수 있지. 


 기한 안에 너의 능력에 따라 전부 확인해 볼 수도 있고 필요할 것 같은 부분만 확인해 볼 수도 있어. 쉽게 말하자면 일종의 인간 씨씨티비를 돌려보는 이치랄까.”]


 “진작 이걸 알려주지 그랬어~ 마지막으로 선택할게.” 

“역대 인간들 중에 네가 제일 관리하기 힘들다···” 


“티키타카가 잘 되는 게 아닐까?” 


[“그래··· 그렇다고 치자. 

사용법은 사용하고 싶은 날 자정 12시에 날 만났을 때 말하면 돼. 


 그러면 하루동안 그 사람의 속마음을 마음껏 볼 수 있게 되는 거야. 대신 여기서도 명심해야 할 것은 네가 속마음을 보고 있는 하루 동안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는 거야. 


 그러니까 언제로 할지 그 하루를 정하는 것도 신중해야 해. 


 하나 좋은 점은 기한이 끝나는 시점까지 그날 당일의 속마음도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거? 

과거를 집중해서 보느냐, 현재에 초점을 두고 보느냐. 전략적으로 분석해서 선택할 필요성이 있어. 


 약간의 팁을 주자면, 위험 부담이 있긴 하지만 속마음 확인권을 사용하기 전 날에 그 사람을 자극해서 그 뒤부터의 속마음을 집중적으로 볼 수도 있는 거지. 


 하지만 뭐 그다음부터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네가 책임져야 하겠지만?”]


 “아니 도대체 선택을 몇 번이나 더 해야 하는 거야. 이러다 선택 장애가 오겠어!”

 “그건 니 사정이고. 이제 시간이 다 됐으니, 더 할 얘기가 있거든 내일 하자.”


 오늘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고는 하지만 선택해야 될 것들이 너무 많아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게다가 오늘 뭐 먹지, 뭐 하지? 수준의 선택이 아니라 나의 삶과 죽음이 걸린 중대한 선택을 매번 급하게 해야 했다. 


 앞으로도 계속 이렇겠지? 살면서 짧은 시간에 이렇게나 많은 생각과 선택을 한 적이 있었나. 진이 다 빠져버렸다. 오늘은 더 이상 머리를 사용할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내일 출근 걱정을 해야 한다니, 어쩌면 케이 직장인으로 사는 게 더 힘들 수도··· 

모르겠고 일단 잠이나 자자.” ]


 눈을 감자 마자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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