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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질서 속 질서 Aug 24. 2024

고군분투 육아기 - 녹아내리는 달콤한 나의 도시

엄마라는 이름의 시작

강남 안과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아이는 카시트가 불편하다며 익룡처럼 40분을 울어댔고, 좁은 공간에서 설득되지 않는 아이와 씨름하던 나는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집에 도착했다.


올림픽대로를 타고 돌아오는 길, 내 안의 무언가가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33년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나의 달콤한 도시가 출구 없는 폭염에 포기라도 한 듯 모두 녹아내려 사라져 버린 것만 같았다.


아이가 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순간들이 더 많았지만, 약 한 달간 가정보육을 하게 되며 개인시간 없이 오롯이 ‘엄마’로서의 나를 마주하고 있다 보니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와 지친 몸이 한순간에 나를 압도해 버렸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한 달이지만, 이렇게 힘든 몇몇 날들은 여지없이 우울한 감정이 나를 저 아래까지 끌고 내려가버린다. 그리고 엄마로서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에 대한 미안함인지, 인정을 하기 싫은 마음인지, 육아를 하면 얼마나 했다고 고작 한 달 만에 지쳐버린 건가라는 생각이 나를 더 괴롭힌다.


다른 엄마들은 아이가 크는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이미 다 경험하고, 지금쯤은 아이도 엄마도 적응된 일상을 지내고 있을 텐데 나만 뒤늦게 이 어려움을 겪는 걸까? 출산 후 육아휴직 없이 바로 복직을 했었고, 아이가 28개월이 되는 동안 나는 ‘워킹맘’에서 ‘워킹’에 조금 더 치우쳐있던 엄마였기에 지금 이 시간이 더 힘든 걸까?


육아휴직 후 한 달이 지난 이 시점에 중간 회고를 해보면 나는 아직 스스로의 본캐를 ‘육아하는 엄마’가 아닌 ‘일하는 나 자신’으로 인지하고 있다. 그로 인한 현실과의 괴리감 때문에 느끼는 내적 방황일지도 모른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인데, 벌써 이렇게 지쳐버린 나를 보며 ‘앞으로 남은 육아휴직 기간, 나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청소년기에도 별다른 사춘기 없이 지나갔던 나인데, 처음으로 맞는 인생 사춘기에서 과연 나를 잃지 않고 엄마로 살아가는 법을 잘 찾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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