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
1999년 인도에 잠시 머물러 있었을 때,
‘건선’이란 피부병이 처음으로 발병했다.
머리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을 뒤덮을 정도로 심한 상태여서
남겨진 일정을 마무리도 못한 체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첫 날에
급하게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귀국 후
대학병원에서 한 달 동안 집중치료를 받아서
많이 호전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도
겨울만 되면
재발이 되곤 한다.
올 해도 어김없이 그 녀석이 찾아왔다.
나의 연약함 중의 하나인지라
반가울 것까지는 없지만
매년 찾아오는 불청객에 이젠 제법 익숙해졌다.
건선 뿐 만 아니라
나의 부족함과 연약함들에 익숙해지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잠복해 있던 건선이
불쑥 불쑥 드러나듯
나의 부족함과 연약함이
때때로 나를 당혹시키고 좌절시키기도 하지만
그간 단련된 회복탄력성으로
오래지 않아
고요한 일상으로 되돌아오곤 한다.
그렇게 난
완치가 불확실한 나의 지병과도,
그리고
나이 들어가는 것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어리석고 연약한
‘나’와도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아니...
평화롭게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