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맛

by eunice 유니스

담백한 맛


신혼 때에는 어찌나 요리하는 게 재미있던지

토요일만 되면 우리 집에 마법사 '지니'가 사는 것처럼

새로운 음식들을 뿅뿅 만들어 내곤 했었다.


한식, 서양식, 중식, 일식...


각 나라의 다양한 소스의 다채로운 맛이 흥미로웠고,

자극적인 양념들이 주는 미각의 즐거움에 취해 있었다.


그 때에는 화려한 맛들이 즐거웠다면,

이제는 재료 본연이 주는 담백한 맛이 더 좋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나의 요리는

더하기(+)가 아닌 빼기(-)의 맛으로 변해갔다.


이러한 변화는 나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고,

나이가 들면서 신체의 노화에 따른 소화력의 저하와

자극적인 맛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 나의 미각세포들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담백한 맛이 좋아지듯,

나이가 들면서 사람도 담백한 사람이 좋아진다.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한껏 화려하게 꾸민 사람보다,

예쁘지 않지만 때로는 상처도 보이지만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람이 더 좋다.


맑고 투명해서 속이 훤히 보이는 사람,

그 맑음을 거울삼아 내 얼굴에 묻은 검댕이도 비춰 볼 수 있는

깨끗한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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