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감당해 내야만 하는 고통

by eunice 유니스

혼자서 감당해 내야만 하는 고통


큰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뛰다가 넘어져서

영구치인 앞니가 빠지는 사고로

오랫동안 치료와 더불어 마음고생도 적잖이 해왔다.


고등학생이 되어

본격적인 치료에 앞서 교정을 하는 과정에서

뼈에 나사를 박는 날을 앞두고 큰 아이는 겁을 먹고 있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태어나서 지금까지 큰 수술 없이

건강하게 자라나 주었기에

뼈에 나사를 박는 이번 시술이

아마도 처음으로 겪어보게 되는 고통과 무서움일 게다.


더욱이 치료실에는 부모가 동반하지 못해서

무겁고 무서운 병원의 냉기를

오롯이 혼자서 감당해내야만 한다.


큰 수술을 여러 차례 받은 어린아이들도 많기에

교정 치료하는 고등학생 딸내미가

뭐 그리 걱정이냐 핀잔 들을 수도 있지만

어디 부모 마음이 그런가...


내 아이가 무서워하면

부모는 더 무섭고,

내 아이가 아파하면

부모는 아프다 못해 고통스러운 것이 부모 마음인 것을...


생애 첫 고통과 두려움의 순간을 마주한 아이가 안쓰러워서

늦은 밤 아이에게 손글씨로 편지를 써 내려갔다.


엄마가 대신 아파주고 싶지만

때로는 오롯이 혼자서 감당해 내야만 하는 고통이 있다고...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이제 부모의 보호막 너머에서

홀로 어려움을 이겨내어 가는 과정이라고...


그러나, 그 순간 너 혼자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 엄마가 기도하고 있을 거라고...


너도 아팠음을 기억하여

다른 이들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며,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아이에게 편지를 써 내려가다 보니

하나님의 마음이 내 가슴에 살며시 스며든다.


나는 이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운데

왜 도와주지 않으시고 언제나 침묵만 하시냐고 울부짖던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눈물과 원망으로 얼룩진 나를 위해

침묵 가운데에서 기도하고 계셨을 그분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작은 깨달음이라도 얻고자

조용히 침묵하며

고요하고 따스하고 평화로운 묵상의 자리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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