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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방송작가 Aug 31. 2021

방송작가인데 왜 연예인과 결혼 안 해?

방송작가로 산다는 것

부산 출신의 후배작가는 고향에 내려갔다가 친구로부터 이런 소리를 들었다.

"너는 방송작가인데 왜 연예인과 결혼 안 해?"  


황당해서 친구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영화배우 박해일도 방송작가와 결혼했고, 개그맨 정형돈도 방송작가와 결혼했다면서, 방송작가는 연예인 매일 보니까, 결혼할 수 있지않냐고 했단다.

이 말을 듣고 후배는 이렇게 얘기를 해줬다.

"영화배우 박해일은 대학로에서 연극을 할 때, 지금 아내가 그 모습을 보고 팬으로 좋아해 연애를 시작한 거고, 개그맨 정형돈 아내는 연영과 출신의 연예인 못지않은 미인이야."

직장에서 같이 일한다고 다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예쁘고 잘 생겼다고 다 사랑에 빠지는 것도 아니다. 잘 생긴 연예인을 보면 잘 생겼다는 느끼고, 센스 있는 연예인을 보면, 방송을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연를 꿈꾸지는 않는다. 처음 방송작가를 시작했을 때, 연예인을 보는 게 잠깐 신기할 뿐, 그다음부터는 이 사람과 방송을 잘 만들 수 있을까, 작가 힘들게 하는 성격은 아닌지 더 관심을 갖는다.


방송작가라면 사람들은 어떤 것이 먼저 떠오를까?

연예인과 친하게 지내고, 좋은 곳에서 식사를 하고, 출퇴근이 자유로워 멋지게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며 살 거라는 상상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드라마 '인어아가씨'의 장서희가 맡은 드라마작가 여주인공이 드럼을 멋지게 친 걸 기억하는 어떤 분은 내게,

"방송작가인데 왜 드럼을 못 쳐요?"라고 물은 적도 있다.


방송작가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어, 새벽에 출퇴근하기도 하고, 밤샘하느라 머리를 못 감아, 모자를 준비해놓기도 한다. 섭외가 펑크 나고, 촬영 아이템이 엎어지고, 약속된 편집 시간이 넘어가고, 내레이션 쓰던 노트북이 고장 나고, 별별 사고가 일어난다. 연애할 시간이 없어서, 수시로 약속시간을 어기는 여자 친구를 기다려주는 남자가 없어서, 노처녀인 경우가 많다. 연인만이 아니라 친구도 약속시간을 수시로 어기는 방송작가 친구를 견디지 못해 떠나간다.


방송작가 10년이면, 친구들과 연이 끊어져 방송작가 친구만 남게 된다. 이건 연예인 매니저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방송가에 이런 말이 떠돌까. '전생에 죄를 많이 지으면 방송작가로 태어나고, 죄를  많이 지으면 매니저로 태어난다.'

그런데 왜 힘든 방송작가를 하냐고? 답은 하나다. 재밌으니까.


브런치에 글을 쓰는 작가들 역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힘든 글쓰기를 하는 것은, 재밌기 때문일 것이다. 구독자는 늘지 않고, 대답 없는 벽에 말하듯, 글 쓰는 것이 외로울 때도 있을 것이다. 좋은 노래는 역주행하듯, 좋은 드라마가 마니아층을 형성하듯, 언젠가 그 누군가는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알아줄 봐 것이다. 뚜벅뚜벅 성실하게 자신의 글쓰기를 하고 있는 브런치 작가들에게 주변 사람들이 제발 이 말을 하며 다그치지 않기를

"브런치 작가인데 왜 책은 안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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