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남자와 여자가 있었다. 알고 지낸 지 오래된 만큼, 고백이 어려웠던 두 사람은, 어느 날 만나 밥을 먹기로 했다. 쑥스러움이 많은 남자는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는 사이,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시간은 흘러 둘이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둘이 카페에서 나왔을 때 맑았던 하늘에서 비가 내렸다.
갑자기 내린 비라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던 그들은 어떻게 할까 생각하는데, 꽃집에서 우산을 파는 것을 봤다.
갑자기 소나기를 만난 손님을 위해 내놓은 우산 치고는 꽤 다양한 우산이 있었다.
남자는 '어떤 우산을 살까? 두 개를 사야 하나?' 생각하며, 우산을 들어다 놨다를 반복했다.
"어떤 우산을 드릴까요?" 꽃가게 주인이 묻자, 여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 가게에서 가장 작은 우산으로 주세요."
남자도 꽃집 주인도 궁금증 가득한 눈으로 여자를 보자, 수줍어하며 말했다.
"작은 우산이라야 둘이 좀 더 가까이 있을 수 있잖아요."
작은 우산을 받아쓴 두 사람은, 비속을 다정하게 걸어갔고, 여자의 말에 용기를 얻은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프러포즈를 했고, 둘은 결혼했다.
고등학교 때 라디오에서 들었던 사연이다. 장마가 길어져 몸도 마음도 눅눅해질 때 떠올리면, 마음이 뽀송뽀송해지는 추억이다. 이 사연을 듣고 얼마나 설레었던지, 나는 아직도 비 오는 날이면 그 연인을 생각하며 살짝궁 설렌다. 폭풍우가 치고, 언제 천둥 번개가 내릴지 모르는 연애전선에서, 연인들의 가슴에 장마주의보가 아니라 설렘주의보가 내리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