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아들 시점
버팀목이 된다는 말은 그 버팀목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 그늘은 내게 뜨거운 햇빛을 피할 장소가 될 수도 있고 일광욕조차 누리지 못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물론, 둘 중 어떤 것이 될지 모르지만, 나는 첫 번째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방해물 정도였다.
특히, 학교 생활할 때가 그랬다. 성적, 진로 방향, 목적 등 대부분은 부모님에 의해서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내 의지가 아니었고 혈연이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이 나의 대부분을 정해준다는 게 늘 마음에 걸렸다.
문제는 그늘을 벗어날 수도 없었다. 보호라는 명목의 울타리로 나를 가뒀고 뜨거운 햇살을 반기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였으니까.
그래서 그늘에서만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여러 가지로 나가려고 시도했다.
틀이라고 생각했던 학교의 수업을 듣지 않기도 했고 가출을 한 적도, 담배와 술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왜냐하면, 부모님의 혜택을 제일 많이 받는 건 나였으니까.
학교에서 사고를 치면 늘 오는 것은 어머니나 아버지였고 죄송하다고 말하며 같이 나오는 것도 부모님이었다.
왜 그늘을 방해물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때는 뭐가 그리 부정적이었을까 싶다.
온실 속의 화초와 버팀목의 그늘은 비슷하지만, 확연한 차이가 있다. 다르다는 점은 어느 정도 야외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야외에 노출되어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러한 이유는 실제적인 사회의 경험 유무를 따지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그늘은 사회를 나가기 전에 최소한의 것들을 유지해 주게 해주는 방어막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그늘에서 벗어나지 않길 바란다. 사회가 만든 규칙 때문이 아닌 제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한 바람도 모른 채 나는 밖으로 이탈하려고만 했다. 부모님의 시선에서는 아마 꽤 곤욕스러웠을 것이다.
첫째인 아들이 강하게 말하자면, 반사회적인 모습으로 자라는 것이 무서웠을 수도 있다.
그들은 자책할 수도 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쩌면 자신 때문에 저렇게 엇나가는지 말이다.
속을 썩인 것은 나였는데. 고통의 짐은 그들이 같이 들게 되었다.
그늘 밖을 벗어나서 스스로 돈을 벌고 사회라는 것에 진출하자 후회했다.
버팀목을 잡았을 때 그곳에 안정적으로 따라갈걸 그랬다. 그런 길을 걸었으면 아마도 지금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늘 밖은 위험했다기 보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물론, 그 경험에 적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왜냐하면 나는 그늘을 싫어하는 동시에 그늘의 혜택을 누렸으니까 말이다.
예시를 들자면, 대부업으로 혜택을 받는 자식이 사회주의 활동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역설과 모순의 연속이지만, 실제로 그것 말고는 비유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늘에서의 경험은 무조건 그것에 벗어났을 때 도움이 된다.
무조건적이라고 강하게 말하는 이유는 나의 경험에서 우러나왔기 때문이다.
사람의 경험은 다를 수 있으나 지금 자신이 버팀목 아래의 그늘에 위치해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늘과 햇빛의 경계를 중심으로 그 마지노선에 서 있는지 아니면 완전한 안쪽인지 아니면 완전한 바깥쪽인지 보아야 한다.
마지노선에 있다면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그늘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방향을 몰라 헤메고 있는 것이다.
사회에 나갈 준비도 되지 않은 채로 바깥의 겉핥기만을 시도해서 모든 것을 알아버린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완전한 바깥쪽이면 이런 말을 해도 될지는 모르지만, 부모와 완전히 엇나가거나 일탈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먼저 경계선을 밟는 것을 중심으로 시작하는 게 좋아보인다. 그늘은 미성년자에게 꼭 필요한 것이니까.
완전한 안쪽이라면 안심해도 되지만, 이것은 위에서 말한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만약, 고심 끝에 온실 속의 화초라면 과감히 선을 그어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
그늘은 잠깐의 시원함과 보호를 뜻하면서 사회에 진출할 준비를 하지만, 온실 속의 화초는 덮어진 덮개를 벗기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존재가 되어버린다.
우리는 모두 그늘에 살고 있다. 그늘의 형태는 시간이 지나며 변한다.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보다는 그것을 이용할 생각을 하는 게 더 유용한 것 같다. 그늘은 어두운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