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대부분

전지적 아들 시점

by 집안의 불청객

결혼생활의 대부분은 내가 차지했다. 신혼이라는 생활은 단 일 년밖에 누리지 못한 부모님이었다.


내가 태어나고 나서는 두 분의 세상은 온통 나로 가득 차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은 처음 맡아보았을 테니까. 그래서 서툴고 어색해서 자신들의 모든 세상을 주려 했다.


그들의 생활을 거의 차지한 나는 기대감에 부응하지 못했다. 아들이어서 자신들의 자식이어서 무엇이라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그런 것들을 채워주지 못했다.


그래서 양보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대부분을 주었지만, 그것을 강요하지 않기로 부모님은 마음먹었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해서 부담감을 느꼈다. 무엇을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떨치지 못했다.


기대감도 저하되고 실망감도 저하되었는데 어떤 것이 나를 괴롭히는 걸까.


기대감과 실망감이 떨어졌다는 사실이 나의 대부분을 더 깎아내린 것은 아닐까 싶다.


나도 아들이 처음이었다. 누군가의 자식이 된 게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생을 살아가는데 어색하고 어려웠다.


어려운 길을 걸으며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것보다 쉬운 길을 선택하는 게 익숙했다.


특히, 대학생 때가 심했다. 남들은 좋은 성적에 좋은 학교의 진학을 쉽게 이뤘다.


부모님은 내게 최대의 자금 지원을 했다. 그런데 결과는 지원조차 받지 않은 친구보다도 못한 대학을 갔다.


그러한 괴리감을 가지고 그저 그런 대학교에 진학했다. 술과 담배로 허기를 달래고 선배와 친구로 마음을 채웠다.


완전한 사회로 나가기 일보 직전이 되자 대부분의 나는 망가지고 말았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이 결과는 내가 세상의 대부분이었던 부모님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특히, 부모님에게 들은 말 중 최악의 불행 그러니까, 악언을 들을 때였다.


우리는 멀쩡한데 너는 왜 그러냐는 식의 말들을 들었을 때 내 세상은 무너졌다.


부모님은 무너진 나의 세상에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맡은 역할에 더해진 자세한 부분까지 공부해야 했다.


그렇게 점점 내 옆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 버팀목은 나의 회복이 되었고 점점 나아짐을 뜻했다.


사실, 그전까지는 부모님이 나의 대부분을 차지할 줄 몰랐다. 우정이 더 끈끈한 것으로 생각한 시절도 있었다.


근데 우정은 언제나 뒤돌면 사라지는 것이었다. 한쪽이 쫓아가봤자 의미 없는 달리기였다.


혈연은 무조건적인 사랑은 누군가 뒤를 돌아도 서로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되어 있기에 떼려고 해야 뗄 수 없는 그런 관계였다.


그 끈은 두껍고 무거웠다. 하지만, 어떨 때는 얇고 가벼웠다. 무슨 소리냐 하면은 서로가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과도한 집착은 두껍고 무거우며 과도한 무관심은 얇고 가볍다. 그렇기에, 이 둘을 잘 조절해야 한다.


어쩌면 우리 부모님은 그 둘 사이에 적정 점을 찾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한 것 아닐까 싶다.


처음이라는 말로 내게 상처 줬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도 처음이라는 이유로 그들에게 준 상처가 있기에 무조건 탓만 할 수는 없다.


누군가가 무조건 주기만 하는 사랑을 당연시한 나에게도 책임이 있고 자신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험한 말을 쏟아낸 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그러한 책임을 현재로 놓고 봤을 때 후회하지 않는다. 그런 과거의 대부분이 지금의 나를 성장시켰다고 믿는다.


물론 고치고 싶은 부분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그것을 하나하나 다 따지면 근본의 뿌리부터 뽑아야 한다. 바꿀 수 없는 무언가를 회상하기보다 지금의 대부분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대부분 많이 차지하는 부분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이고 가족이니까.


봄, 여름, 가을, 겨울 중에서 나를 따듯하게 하고 시원하게 해준 건 부모님이었다.


이러한 사랑을 깨닫게 해준 것도 그리고 인식시켜 준 것도 그들이다. 우정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사랑이 존재함을 일찍 알았으면 더 좋았겠다.


나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도 부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말은 비문일지도 모르겠으나, 내게는 와닿는 말이다.


서로 쳐다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그리고 행복해지는 같이 무언가를 꾸준하게 해나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게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의 인생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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