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꿈의 벽, 그 사이의 틈

단편소설집

by 집안의 불청객

우리 셋은 고등학교에서 만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글쓰기 동아리를 만들고 나서부터 친해지기 시작했다. 부원은 동아리장인 나를 포함한 같은 학년 두 명이었다. 그 둘은 김무진과 신성진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산문이나 시를 썼다. 국어 선생님의 지도하에 이루어졌다. 합평도 대부분 우리가 하기보다 국어 선생님이 고치라는 부분을 수정할 뿐이었다. 나는 그 둘과 친하게 지내고 싶었다. 지금은 글을 공유하는 사이에 정차되어 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동아리의 발전이 보이지 않자, 국어 선생님은 우리를 방치했다. 좋게 말하자면, 자유롭게 하도록 놔두었다. 그러면서 우리 셋은 친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작품에 관해 칭찬과 비판이 위주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사담이 길어지고 서로를 공유했다. 그 공유는 작품에 국한된 것이 아닌, 우리 고유의 자아 같은 것이었다.


그 자아를 글로 써냈고 그렇기에 서로의 미세한 틈조차도 발견할 수 있던 것이었다. 그 틈은 우리 셋을 연결해 주었다.




동아리는 계속 운영되었다. 부원도 늘지 않았고 규모가 커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시에서 주최하는 백일장에서 신성진이 수상한 것이 동아리 유지에 기여가 컸다.


고등학교 이 학년이 되고 겨울 방학이 되기 바로 전에 장난스럽게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가고 싶다고 내가 말했다. 그런데 그 둘은 이미 우리가 하는 게 입시 준비가 아니냐며 진지하게 물었다.


그 찰나에 나는 장난이었다고, 농담이었다고 말할 수 없었다. 마치, 둘의 꿈을 저버리게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들의 진지한 모습에 나는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그 이후로 나의 꿈도 작가가 되었다.


입시 학원에 다니지는 않았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글에 진심이었고 시, 산문, 소설을 구별하지 않고 집필했다.


특히 우리는 순문학에 집중했다.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경고하는 뜻을 담은 책들을 자주 읽었다. 그러다 현재 체제에 완전 반대인 마르크스주의에 심취하게 되었다. 아직 어렸기에 이론의 완벽함에 빠졌다. 또한, 현재의 빈부격차에 문제점이 자본주의로부터 비롯된다는 인식도 잡혔다.


우리는 마르크스에게 빠져 몰래 불온서적도 읽었다. 대부분의 서적은 돈을 모아 중고 거래로 이루어졌다. 또한, 그와 동시에 사회주의와 플라톤의 철인 정치에도 빠졌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를 숭배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심취의 끝은 없었다. 이러다 시위라도 참여할 판이었고 우리의 문학에는 사회적인 문제점보다 반사회적 체제가 담기기 시작했다. 셋이 모이면 나이에 맞지 않게 정치 얘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끝은 강제적으로 이루어졌다. 누군가가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국어 선생님의 귀에 우리의 행태가 보고되었다. 그날 수업이 끝난 후 동아리방에 우리 셋이 모여있었다. 선생님이 갑자기 찾아왔다. 우리는 죄를 저지른 것, 마냥 급하게 노트를 숨기고 말을 멈추었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화난 걸음이 다가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노트를 빼앗기고 우리가 매를 맞고 있었던 것은 말이다. 억울하다는 생각 보다 일어날 일이 찾아왔다고 느꼈다. 물론, 성진과 무진은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집에 가자마자 아버지에게 다시 한번 종아리에 매를 맞았다. 계속해서 죄송하다고 울며불며 멈춰달라고 했지만, 아버지의 매질은 그치실 줄 몰랐다. 그 이후로 나는 다시는 불온서적과 여태까지 했던 활동을 멈추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생각은 나뿐만이 아닌 그 둘에게도 확실히 박혔다. 왜냐하면, 서로의 매를 맞은 상처를 보여주며 우리의 잘못됨을 알았기 때문이다.




성진은 우리와 붙어있는 시간이 적어졌다. 부모님에게 문예창작학과 입시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한 이후부터였다. 그러나, 우리는 갈라지지 않았다. 그가 배워온 점을 다시 우리에게 알려줬다. 유명한 예술 종합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마음먹은 대로 우리는 공부와 글쓰기에 열중했다. 그러나 성진과 다르게 우리는 재능이 없던 탓인지 아니면 학원에 다니지 못한 탓인지 점점 떨어졌다. 나와 무진은 그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나는 어느새 마음속으로 가정환경을 탓하고 있었다. 유복하지 않은 집안을 말이다. 그리고 예술을 하겠다는 나를 뒷받침 해주지 못하는 부모님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무진은 달랐다. 그는 가난한 집안에도 열심히 성진을 따라갔다. 합평하면 그의 말을 전적으로 믿었고 글을 고쳤다. 그에 반해 나는 그의 말을 반신반의했다.



고등학교 삼 학년이 되었다. 우리는 여전히 셋이 함께 같은 목표를 지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합평하던 어느 날 성진이 무진의 글을 보고 공격적으로 말을 꺼내며 깎아내렸다.


“야. 넌 발전이 없냐?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평소라면 미안하다며 넘어갈 무진이었다. 그런데 그날만은 날이 서 있었다.


“씨발. 우리랑 너랑 같아?”


그 이후로는 역시 싸움이었다. 서로 글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인신공격과 막말 그리고 욕설이 오고 갔다. 나는 그 사이에 껴서 중재할 용기조차 없었다. 누구의 편을 들고 싶지도 않았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헷갈렸기 때문이다.


무진은 열변을 토하다가 밖으로 나가버렸다. 성진은 자리에 앉아 합평을 진행하는 대신 무진을 깎아내렸고 내가 그것에 맞춰주기를 바랐다. 나는 그저 단답식으로만 대답한 채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싸움은 평소에 장난처럼 투닥거리는 게 아니었다. 감정의 골이 깊었고 서로 무언가가 쌓여 있던 게 폭발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무진에게 연락 후 그의 집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 시간은 저녁 일곱 시였는데 해가 내려앉기도 전에 그의 집 앞에 도착했다. 초조함인지 미안함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뒤섞였다. 계속해서 앞을 서성이며 제자리에서 발을 구르기만 했다.


약속 시간이 되고 그가 나왔다. 그는 담배 한 갑과 라이터를 들고나왔다. 그 모습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담배를 물고 피우는 모습은 한두 번 해 본 것 같지 않았다. 짙은 연기가 겨울의 한기를 타고 그의 앞을 가렸다. 말 한마디 없이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지 않고 앞만을 바라봤다. 그의 앞에는 연기 때문에 시야가 뿌옇게 변해버렸을 것 같다.


“야. 나 글 그만 쓰려고.”


갑작스러운 충격이 뇌에 닿았다. 우리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려는 모습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의 말을 계속 들었다.


“너도 알잖아. 우리 집안 가난한 거. 근데 뭔 예술이야. 앞으로 먹고 살기 걱정해야 하는데. 다 오기였어. 대학에 갈 돈도 여유도 없는데. 그래서 오늘 터졌나 봐 걔가 그렇게 말할 때 내가 진짜 그런 사람으로 추락한 것 같아서.”


회유하기에는 그의 사정이 무거웠다. 우리 나이가 벌써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인가 싶었다. 어쩌면, 나도 저런 길을 걷지 않을까 무서웠다. 꿈을 포기하고 죽마고우였던 사람과 멀어지는 모습을 말이다.


“그러면 이제 뭐 하려고?”


내가 뱉은 말은 우리 곁으로 돌아와달라는 호소였다. 같이 어제처럼 꿈을 좇자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는 단 일 초의 고민도 없이 결론을 내놓았다.


“기술 배워서 먹고살려고 한다. 이만, 들어가 봐라 와줘서 고맙다.”


내가 마지막 인사를 하기도 전에 그는 담배꽁초를 바닥에 튕기고 들어갔다. 형광등 하나 켜지지 않는 어두운 복도로 향하는 뒷모습이 차차 사라졌다. 바닥에 튕긴 담배꽁초에는 불이 아직 꺼지지 않았지만, 곧이어 이슬비가 내렸다. 빗방울 하나가 하필 담배의 불에 적중하며 지치직, 소리가 났다.




나와 성진은 각자 다른 대학교에 진학했다. 둘 다 같은 문예창작학과였지만, 성진은 최고로 쳐주는 예술 종합대학교에 나는 국립 지방대에 들어갔다. 대학교에 들어오자, 연락은 줄었지만 종강하고 나서는 여전히 글에 열정을 보이며 공유했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이학 년이 되자 등단과 공모전에 작품을 제대로 출품하기 시작했다. 먼저 소식을 알린 것은 성진이었다. 저명한 문예지에 등단하며 소속까지 이루었다. 그는 그것이 자신의 진정한 첫 시작이라며 날뛸 정도로 기뻐했다. 그가 수상을 받는 순간까지도 같이 누리며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그다음은 나의 소식이었다. 문예지도 신문사도 아니었지만, 대학생만 지원할 수 있는 공모전에 당선이 된 것이었다. 내가 그때 기뻐했던 것처럼 성진도 기뻐하며 이제 우리의 세상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의 세상은 달랐다. 등단한 그와 작은 상을 받는 나는 이미 틈새가 존재해 있었다. 아직 어렸기에 희망을 품고 가능성을 생각했지만, 그것조차도 우리 사이에는 좁혀질 수 없는 틈이 존재했다.




수많은 공모전에 도전했다. 유명의 정도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일주일에 단편 소설을 하나씩 완성해 투고했다. 그렇지만, 빈번히 날라 오는 건 본심에서의 탈락이었다. 쓰디쓴 결과만을 남기고 상처투성이로 변해갔다.

성진은 떡잎부터 달랐는지 일 년이라는 시간 만에 책을 두 권이나 냈다. 대학생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깊이 있는 문학의 정수라는 평까지 받았다. 그와 얘기를 나누면 언제나 초라해지는 것은 나였다. 그의 깊은 고충조차도 나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우리 둘은 대학을 졸업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전업 작가인 그와 나는 달랐다. 제일 큰 차이점은 역시 돈과 명예였다. 성진이 가진 것이 내게는 없었다. 그래도 꿈을 꾸었다. 막상 일어나면 잊어버리게 되지만, 당시에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아르바이트라도 하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글에 전념했다. 가정사는 대학 등록금으로 인해 빚만 쌓였으며 나는 갚을 능력이 되지 못했다. 합평회도 나가고, 책을 하루에 한권씩 읽고 성진에게 피드백을 받았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하지만, 노력은 자신의 한계치를 알게 해주는 것에 불과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글을 써 십 년이라는 시간하고도 이 년이 더 흘렀다.


어느 날 글을 쓰다가 무진에게 갑작스럽게 연락 한 통이 왔다. 그 사건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그의 연락은 단 한마디였다.


‘뭐하냐?’


그 물음에 어떤 답을 내려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작가라는 말도 백수라는 말도 무엇하나 맞는 게 하나 없었다. 고민만 한 시간을 넘게 하다가 답장을 보냈다.


‘글 쓰고 있어.’


나의 답장을 기다렸는지 곧바로 연락이 왔다.


‘한번 만나자.’


성진도 같이 만나게 해주고 싶었으나 그럴 상황이 아님을 누구라도 눈치챌 수 있었다. 그와 만나기로 했고 시간이 남아도는 나보다는 무진에게 약속을 맞춰 일요일 오후 다섯 시에 보기로 했다.




그의 연락에 조금은 긴장되었다. 무엇을 하고 사는지 잘 지내는지는 만나서 얘기하기로 했다. 꿈을 포기하고 현실을 가장 빨리 선택한 친구이기에 궁금증만 더욱 깊어졌다. 옷을 입는 순간에도 밖으로 나가 약속 장소로 향하는 도중에도 말이다.


처음에 무진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가 내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들고 나서야 인사할 수 있었다. 술집으로 들어가 안주와 소주를 시켰다. 잔을 따랐고 먼저 말을 건넨 건 의외로 나였다.


“뭐 먹고 사냐?”


“나 용접한다. 넌 뭐하냐?”


“그냥 핸드폰으로 연락한 것처럼 글 쓰고 산다.”


“어디 뭐 등단했어?”


“그건 아닌데. 당선된 적은 있어.”


“그래.”


짧은 대화에도 스스로 모멸감을 느꼈다. 그를 보니 나도 이제 현실과는 타협해야 할 때가 왔나 싶었다. 수치스러운 감정이 발끝부터 머리까지 타고 올라왔다. 내가 말했다.


“옛날 기억나냐? 우리 셋이….”


“그 얘기는 하지 말자.”


추억도 나누기 싫은 그에게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몰랐다. 갑자기 훅 들어오는 차단에 이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의 말을 건성으로 들으며 단답만 내뱉었다. 나의 무심한 태도가 닿았는지 그가 말했다.


“성진이 유명 작가가 다 됐더라. 새끼.”


“그렇더라.”


“넌 기술 배울 생각은 없냐?”


자리에서 더욱 일어나고 싶었다. 집안을 핑계 삼아 말했다.


“야. 나 이만 들어가 본다. 오늘 할 일이 있어서.”


“우리 아직 친구냐?”


물음에 나는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들릴 듯 말 듯 작게 말을 머금었다.


“그럼.”


집에 돌아왔다. 어머니는 하는 것도 없이 돈만 쓴다고 한마디 했고 아버지는 그저 한심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꿈을 좇기 위해서라면 이따위 것도 감당해야 하는지가 의문이었다. 방으로 들어가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에 누웠다. 그때 성진에게 연락이 왔다.


‘야. 나 책 한 권 더 냈다. 이번엔 에세이에 도전해 봤는데 읽어보라고 한 권 택배로 보낸다.’


무진과의 얘기로 머릿속은 난처해졌다. 현실과 꿈이라는 벽 사이에 있는 틈이었다. 어느 것에도 속할 수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스물여섯 살이기에 선택해야 했다. 어쩌면, 선택이 아닌 강요에 가까웠다. 꿈을 포기하는 것은 말이다. 성진의 연락에 답장하지 않고 무진에게 물었다.


‘무슨 기술 배워야 먹고 사는 데 지장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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