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토익시험
토익 공부는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까?
외국어 공부는 끝이 있는 공부가 아니므로 항상 의심을 하게 된다.
매일 이렇게 한두 시간씩 짬을 내서 하는 게 맞나? 어떤 날은 한 마디도 못하고 하나도 못 알아드는 느낌도 든다. 어릴 때부터 안 하면 영어는 평생 안된다더니 역시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더하면 임계점이 올 것 같은데 이번 생에는 해당사항이 없는 일인가 보다 하며 다른 중요한 일들에 치여 영어 공부는 뒷전으로 미루게 된다.
다음 달 당장 가족을 따라 미국에 가서 살아야 한다면, 다음 주 당장 영국 출장이라도 가게 된다면, 그도 아니면 여행이라도 가게 된다면 어쨌든 지금보다 영어에 힘을 쏟아보겠지만, 성인의 영어공부는 성과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다른 중요한 일들도 많아 꾸준히 하기 힘들다. 40대가 되고 나서는 더 이상 남은 시간이 얼마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구나 하며 굳은 동기를 가지고 매일 공부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전에는 몇 주, 며칠 하다 말다 아니면 아예 몇 달 쉬거나를 반복했다. 그렇게 해서 외국어는 늘 수가 없었다.
매일 조금이라도 꼭 영어를 하자는 마음을 먹고 나서는 매일 하기는 하는데, 어느 순간 느는 것을 느낄 수가 없었다.
마감일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이것을 열심히 한다고 어떤 시험에 합격해서 취업의 문이 갑자기 딱
열리는 것도 아니며,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팔로우 한 피드들에서는 항상 새로운 표현들이 쏟아져 나오니, 하면 할수록 부족함만을 느끼고 절대 잘할 수 없는 것인데 괜히 시간만 쏟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주위 환기를 위해 점수로 서열이 확 세워지는 토익을 쳐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토익이 제일 대중적인 시험이기도 하고, 접근성도 쉽고, 이런 답답한 마음에 점수라도 받아보면 다시 마음을 다잡고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비용을 치르고 시험을 보기로 결정한 것이므로, 시험에 대한 준비 없이 시험장에 가서 실력 평가만 하고 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번 달에 시험을 칠 수 있더라도 다음 달에는 직장에 일이 있을 수도 있고 집 안에 행사가 있을 수도 있어 다음 달은 못 칠지도 모른다. 다음 달은 없을지도 모르니 이번 달에 점수를 잘 받아야 한다.
워킹맘의 시험 준비는 눈치가 보인다. 시험장에 가는 2-3시간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쓰는 비용과 시간을 토익에 쏟기로 한 것이므로 밀도 있게 그 시험에 맞춰서 공부해야 한다.
아이들도 내 점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자기들 일이나 열심히 하지 왜 엄마가 몇 점 맞는 것에 그리 관심이 있는지, 서점에 가서 토익 책만 보여도 엄마는 몇 점 맞았어? 하고 부끄럽게도 묻는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냥저냥 편한 마음으로 가서 시험을 볼 수는 없다.
토익 접수를 하니 시험에 든 비용이 아깝기도 하고, 좋은 점수를 받고 싶기도 해서 스트레스가 생기기 시작했다. 평일에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지만, 주말에는 가족들의 눈치를 피해 4시간 정도 스터디카페에 가서 공부도 하고 출퇴근 시간에도 계속 이어폰을 꽂고 듣기도 했다.
정말 열심히까지는 아니지만, 몸이 피곤하지 않는 선에서 공부를 했고, 어찌 됐든 900점을 넘고 나니 헛으로 공부한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잘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젊은 사람들 틈에 시험을 보고 있자면 머쓱하기도 하지만, 2024년도 3달에 한 번 아니면 4달에 한 번 정도 토익을 볼 계획이다. 언제나 목표는 만점이지만 지금부터는 10점이든 20점이든 칠 때마다 조금씩 상승하는 것을 목표로 쳐볼 계획이다. 수많은 영어 공부 방법이 있지만, 한 번 밀도 있게 스트레스받으며 공부하고 시험을 치고, 어느 정도 기간은 콘텐츠로 즐기면서 공부를 하는 것도 지치지 않는 방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