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의 짐 보관소를 발견했다.
"당신의 무거운 짐을 덜어드립니다"
그런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마침 어깨가 아팠다.
노트북, 보조배터리, 책 세 권, 보온병, 우산, 이어폰, 충전기...
매일 들고 다니는 물건들이 자꾸 늘어났다.
혹시 모르니까.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들어갔다.
창구에 앉아있는 여자가 물었다.
"무슨 짐을 정리하고 싶으세요?"
"이 가방이요."
"왜요?"
"너무 무거워서요."
"진짜 이유는요?"
"그건..."
여자는 내 가방을 열었다.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이건 뭐예요?"
"부동산 책이요."
"왜 들고 다니시는 거예요?"
"요즘 다들 투자한다고 해서..."
"본인이 관심 있어서인가요?"
"그건..."
여자는 책을 옆으로 치웠다.
"이건요?"
"자격증 문제집이요. 요즘 스펙 쌓는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본인이 필요해서인가요?"
"그건..."
물건들이 하나둘 책상 위로 옮겨졌다.
남들이 한다고 해서 산 것들.
해야 할 것 같아서 산 것들.
트렌드라서 산 것들.
그런데 가방 맨 밑에서 낡은 공책 하나가 나왔다.
"이건 뭐예요?"
"아, 그건... 예전에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지금은요?"
"시간이 없어서... 바빠서..."
"정말 시간이 없었나요? 아니면 이 가방에 다른 걸 채우느라 공간이 없었나요?"
공책을 펼쳤다.
첫 페이지에 쓰여 있었다.
'언젠가는 소설을 써볼까'
여자는 공책을 내 앞에 놓았다.
"이런 것들을 위한 자리를 만들어야 해요."
"네?"
"진짜 당신이 원하는 것들을 위한 자리요."
여자는 책상 위의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건 보관해드릴게요. 필요하면 찾으러 오세요."
"찾으러 올까요?"
"그건 당신이 결정하실 일이죠. 중요한 건 선택할 용기예요."
다음 날, 회사에서 만난 동료가 물었다.
"가방 바꿨어?"
"아니, 정리했어."
"별로 없어 보이는데 괜찮아?"
"응. 대신 공책이 들어갔거든."
"취미생활이야?"
"아니, 꿈이야."
동료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동료의 가방은 여전히 무거워보였다.
누군가의 시선으로 고른 물건들,
남들의 기준으로 채운 시간들.
하지만 괜찮다.
때가 되면 동료도 알게 될 테니까.
자신만의 가방을 채우는 법을.
그리고 그 선택이 주는 자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