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를 관찰하는 연구소가 생겼다.
정확히 말하면 세 번째 퇴사 후 강변 벤치에 앉아있던 내가 연구소장이 됐다.
[연구일지 1일차]
아침 8시 23분.
오리 한 마리가 날아오르려 한다.
정확히 3.4미터 높이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물속으로 떨어진다.
면접에서 말을 더듬고 울면서 집으로 돌아온 날처럼.
[연구일지 4일차]
8시 47분.
이번엔 두 마리가 도전한다.
날개를 퍼덕이는 소리가 마치 박수 소리 같다.
결과는 실패.
하지만 신나보인다.
회사에서 된통 깨지고 친구들과 술 한잔에 털어냈던 날처럼.
[연구일지 7일차]
9시 12분.
세 마리로 늘었다.
서로를 밀어주고 당겨주며 날아오른다.
이번엔 4.2미터까지 올라갔다.
기록 갱신이다.
이리뛰고 저리뛰며 다함께 준비했던 행사가 문제 없이 끝났던 날처럼 후련하다.
[연구일지 15일차]
오전 내내 비가 내렸다.
그래도 오리들은 날아오른다.
젖은 날개로, 무거워진 몸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한지 5시간만에 다시 출근하던 그때처럼.
[연구일지 23일차]
누군가 내 연구를 비웃었다.
"왜 저런 바보 같은 오리들을 보고 있어요?"
"저게 바보 같아 보여요?"
"그럼요. 제대로 날지도 못하면서."
"그래서 더 대단한 거예요."
"뭐가요?"
"포기하지 않는 용기가요."
[연구일지 30일차]
그러고 보니 나도 저랬다.
첫 회의에서 목소리 떨리던 날.
실수로 중요 파일을 날린 날.
사수한테 혼나고 화장실에서 울던 날.
매번 어설프게 날아올랐다가
현실이란 물속으로 첨벙 떨어졌다.
하지만 이상한 건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더 높이 날 수 있게 됐다는 거다.
실수할 때마다 조금씩 더 현명해졌다는 거다.
지적받을 때마다 조금씩 더 단단해졌다는 거다.
[연구일지 45일차]
10시 15분.
오리 한 마리가 5미터 높이까지 올랐다.
떨어질 줄 알았는데
이번엔 달랐다.
잠시 허공에 멈춰 있더니
갑자기 저 멀리로 날아가 버렸다.
남은 오리들이 멍하니 쳐다본다.
나도 멍하니 쳐다본다.
팀장님께 처음으로 칭찬받던 날처럼.
그리고 깨달았다.
저게 우리 모두의 미래라는 걸.
지금은 어설퍼 보여도
실수투성이처럼 보여도
언젠가 저렇게 날아오를 거라는 걸.
[연구일지 마지막 장]
오늘도 나는 연구소장 일을 계속한다.
매일 아침, 어설픈 날갯짓을 관찰하며
내일의 비상을 준비한다.
어쩌면 이게 인생이다.
서툴고 어설프게 날아오르다 떨어지는 것.
까이고 깨지고 다시 일어나는 것.
그리고 언젠가
저 하늘 끝까지 날아가 버리는 것.
연구 기록을 접으며 생각한다.
오늘은 어떤 실수를 할까.
내일은 어떤 도전을 할까.
모레는 얼마나 더 성장할까.
그리고 마지막 메모를 남긴다.
'최종 연구 결론:
어설픈 날갯짓은 위대한 비상의 시작이다.
모든 실수는 다음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된다.
인생은 끊임없는 시도의 연속!
p.s. 내일은 네 번째 회사에 이력서를 넣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