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정산서

by 내면여행자 은쇼

인생 정산서를 발견했다.

정확히 말하면 요양병원 3층 할머니 병실에서 마지막 정산서를 받았다.


호흡기를 단 할머니가 누워계셨다.

한평생 농사지으시느라 굽은 손가락.

자식들 키우시느라 마디마디 굵어진 마디.


그 손을 잡았다.

할머니의 삶이 손바닥에 정산되어 있었다.

명예도, 지위도, 재산도 아닌

그저 두 가지만 남아있었다.

건강과 사람.


아빠가 말했다.

"우리 어머니 평생 고생만 하시고..."

큰아빠가 말했다.

"그래도 자식들 곁에 있어서 다행이지..."


손 놓기 싫은 아들들.

눈물 훔치는 딸들.

병실을 가득 메운 관계의 온기.

그게 전부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달력을 보며 생각했다.

오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내일은 어떻게 나를 돌볼지.

모레는 어떤 추억을 만들지.


유튜브를 켰다.

'100세 할머니의 하루'를 검색했다.

오래오래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온전히 살고 싶어서.


매일 아침 걷는 할머니.

손주와 웃는 할머니.

새참 나누는 할머니.

전부 건강과 사람, 그 두 가지뿐이었다.


달력에 동그라미를 쳤다.

잘 살아낸 하루.

누군가를 만난 날.

스스로를 돌본 날.

이것들이 곧 인생이었다.


남의 시선도

쓸데없는 경쟁도

다 지워도 된다는 걸.


요양병원을 나서며 마지막 메모를 남겼다.

'할머니가 가르쳐주셨다.

인생은 심플하다고.

건강과 사람.

그게 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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