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가 되어

by 내면여행자 은쇼

죽음을 만났다.

정확히 말하면 요양병원 3층 할머니 병실에서

나의 미래를 만났다.


호흡기 소리만이 고요를 깨는 병실.

할머니는 나였다.

나는 할머니였다.

시간이라는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거울이었다.


그동안 죽음은 멀리 있었다.

아득히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먼 훗날의 꿈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안개처럼.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도 머지않아 저 호흡기에 의지해

간신히 숨만 쉬게 될 것이란 걸.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먼지처럼 흩어질 것이란 걸.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내 미래의 손을 잡은 것처럼.

죽음의 손을 잡은 것처럼.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간호사가 물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제 미래요."

"미래요?"

"네, 먼지가 되는 미래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달을 보았다.

저기 떠 있는 달도

언젠가는 먼지가 되겠지.

나도, 달도, 모든 것이.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다.

어차피 먼지가 될 인생

내 마음 가는 대로 살아도 되겠다는

작은 용기가 생겼다.


오늘부터 시작이다.

죽음을 곁에 두고 살기로 했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죽음에게 인사하기로 했다.

'안녕, 오늘도 함께하자.'


달력을 보며 생각했다.

남은 날들을 어떻게 채울까.

먼지가 되기 전에

어떤 모양으로 반짝일까.


마지막 메모를 남겼다.

'죽음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곁에서 숨 쉬고 있다.

그래서 오늘이 더 빛난다.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아도 된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먼지가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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