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너무나 따뜻하고 벅찬 순간을 기록해두고 싶다.
책상 위에 며칠 전부터 놓여 있던 노트를 무심코 펼쳤다.
그 안에서 한 장의 엽서가 툭, 떨어졌다.
"짠! 내가 다시 등장했다!"
그 반가운 글씨체는 민진이였다.
작년 봄, 우도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함께했던 친구.
나는 웃었다. 그리고 울 뻔했다.
편지 속 장난기 가득한 말투, 애정 어린 문장들,
그 봄의 햇살, 바람, 파도 소리, 우리가 나눴던 웃음소리까지
모든 게 한순간에 되살아났다.
1년 전 우도에서 띄운 따뜻한 마음이,
시간과 공간을 건너 지금의 나에게 닿았다.
집필중인 SF소설 주제, '시공간을 뛰어넘는 사랑' 이 현실과 맞닿은 순간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며칠 전, 민진이에게서 카톡이 왔다는 것이다.
우도를 떠나기 마지막 날, 서로 주고 받았던 엽서를 발견했다는 연락.
그땐 그냥 반가운 연락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우린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가 남긴 마음을 동시에 발견한 것이다.
마음을 보낸 사람과,
마음을 받은 사람이
시공간을 건너 다시 이어진 순간.
https://blog.naver.com/eunsound_99/223590226853
게다가 오늘은
내 블로그 글 중 우도 게하스탭 시절을 기록한 글이 1위를 찍었다.
알고 보니, 이번에 새로 올라온 스탭 모집 공고에 내 글이 링크되어 있었던 거다.
덕분에 그 봄의 기억을 다시 꺼내봤다.
1년 전, 우도에서 보냈던 봄이 기록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내가 그 봄의 우도를, 그때의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새삼스레 다시 떠올렸다.
기록을 다시 읽으면서 스멀스멀 피어오른 행복한 기분.
그리고 잠시 후 발견한 깜짝 엽서까지—
행복의 퍼즐이 정말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
이 일련의 흐름이
너무 우연 같은 필연이라
진짜… 소름이 돋았다.
기억은 서로를 부를 줄 아는 걸까.
기억은
언제고 우리를 다시 찾아올 준비를 하고 있었고,
아주 절묘한 타이밍에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
나는 그 시절의 나를,
그리고 나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눠준 사람들을
다시 한 번 꺼내 안아보았다.
행복이란 이런 걸까?
잊었다고 생각한 조각들이
어느 날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 맞춰지며
마음을 가득 채우는 순간.
지금 이 순간조차,
언젠가의 나에게 다시 닿을 하나의 조각이 되겠지.
시간은 오늘도 조용히, 마음의 조각을 품는다.
이 기록 자체가
나의 ‘시간 캡슐’이 되었다.
언젠가 다시 꺼내봤을 때,
또 그 날의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