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불안하거나 황당한 일을 당하면 익숙한 사람 또는 물건을 찾거나 익숙한 행동을 하는 습관이 있어요.
오래전 조상들이 생존을 위해 투쟁하며 발전시킨 본능적 반응(무의식)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맹수의 공격이나 자연재해 같은 위험한 상황에서 무기를 들거나 안전한 장소를 찾는 것은 생존에 큰 도움이 되었죠.
아이를 키우면서 본능적으로 안정을 추구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는데, 특히 애착인형이 그래요. 잠잘 때나 멀리 놀러 갈 때 항상 쥐고 있으니까 곁에 있다는 존재감과 익숙한 촉감이 편안함을 주는 것 같아요.
언젠가 한 번은 "아빠가 좋아 어흥이(애착인형의 이름)가 좋아?" 물어보니, 아이는 어흥이가 좋다고 하더라고요. 아쉽게도 지난 2년 동안 그 순위엔 변함이 없네요.
<아이의 애착인형>
얼마 전에 어린이집을 옮겼는데, 애착인형을 꼭 가지고 가야겠다며 떼를 쓰더라고요. 아이가 평소보다 더 떼를 쓰고 집착하는 모습을 보면서 본능적으로 불안을 줄이기 위해 애착인형을 찾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리고 낯선 장소에 가거나 모르는 사람, 특히 어른 남자가 있으면 긴장하고 어려워해요. 그때마다 제 손이나 아내의 손을 잡고, 저희 몸 뒤로 숨는 행동을 보이네요.
이런 본능적인 모습은 성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요.
성인이면 마치 무엇(또는 타인)에도 의지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강인하고 독립적인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에 사로잡힐 수 있어요. 이는 성인이 되면 어느 정도 고독함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로도 풀이돼요.
하지만 성인도 아이처럼 심리적 본능에서는 여전히 연약함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등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협력하며 의지하는 모습은 여전히 우리가 익숙한 대상을 찾아 무리 지을 때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서로의 존재와 연대>
우리가 불안한 상황에서 찾는 것은 아이의 애착인형과 같을 거예요. 그 속에는 분명 안정감을 주는 사람, 장소, 물건 등이 있겠죠. 그 존재를 확인하고, 그것으로부터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보는 것도 자신을 알아가는데 중요한 과정이 될 거예요.
우리가 서로를 모르더라도 브런치라는 이 공간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고, 심리적으로 위로와 응원 그리고 안정감을 주고받는 관계라는 것도 우리가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하나의 힘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