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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nt kim Jan 23. 2024

작은 우주를 눈에 담은 고양이들의 세상이 궁금해.

우주를 눈에 담았다면 우주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눈은 마음의 창이니까


나의 일곱 우주들


한 곳을 바라보는 우리는 가족!


고양이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신비로운 우주를 떠올리게 된다.

모든 고양이들이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우주를 가지고 그것을 유리코팅해서 눈에 박아둔 것 같다. “나 이런 고양이야!”하고 말해주는 이미지가 잘 담은 명함과도 같은 눈. 이런 신비로운 고양이의 눈은 햇빛 아래서에서는 더욱 영롱해지고 오묘한 빛을 낸다. 계절과 날씨와 시간에 따라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고양이의 눈을 보면서 나의 고양이들은 어떤 우주로부터 날아와서 나의 우주가 되었을까. 내 품에 안착한 지금은 어떤 생각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궁금해졌다. 야옹이들의 세상은 얼마나 넓을지, 어떤 이야기들을 펼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너의 역할은 무엇이지! 지금 너만의 우주가 탄생했다면 너의 우주는 어떤 색깔인지, 너무 궁금한 것들이 많지만 실은 유추할 수 조차 없는, 나의 고양이들의 진짜 세상이 궁금하다.






“고양이들이 생각이라는 걸 하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라는  공격적인 뉘앙스를 담은 질문을 하며 나의 우주가 된 고양이들을 질투하는 자들도 있었다.

자신들이 얼마나 좁은 세상에서 살아왔으며, 현재는 얼마나 얕은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스스로 말하는 꼴이라는 것을 모르는 우둔한 자들. 생명가치의 우위성을 논하려 하면서 1차원적인 생각에 머물고 있는 한심한 자들! 그들에게 반론을 제기하며 에너지를 쏟는 것보다 야옹이들의 다채로운 일상들에 집중하는 편이 서로에게 이롭다는 것을 안다. 굳이 나서서 전하지는 않겠지만, 나의 이 글이 언젠가는 그들에게 스쳐가기를.



야옹이들만의 세상에 일원이 되고 싶은 자



야옹이들이 말해주지 않는 ‘자신들만의 생각이 담긴 세상’에 대한 힌트는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에서 찾을 수 있다.


애착 담요 전쟁



1.

자신만의 세상을 ‘자각’하는 것은 ‘스스로 돌보아야 한다는 것’을 깨우치는 것이 그 시작이다. 뚱뚱해지지 않으려고 사냥놀이를 제안하고, 깨끗한 물을 마시고 싶다고 시위하며 앉아있기도 하고, 추우니까 감기 걸리지 않게 옷을 입혀달라고 가지고 오기도 한다.


2.

고양이들은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위험 요소 및 문제의 원인 파악과 해결을 위한 규칙도 스스로 정할 수도 있다. 내가 위험한 화장실에서 갇혀서 못 나오는 걸까 봐 화장실 문 앞에서 기다려주거나 문을 열어주겠다고 열심히 문을 긁어주기도 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나의 낮잠시간을 정해두고 나를 침대에 가둬두고 못 나오게 막으며 “냥냥냥” 잔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나의 무기력증이 심하거나 공황증상이 나타나면 밤새도록 옆을 지키며 자기 딴에는 보살펴주겠다고 졸음을 참아가며 나를 구르밍을 해준다. 그 작은 몸뚱이로 밤새도록 나의 버팀목이 되었으니 그다음 날은 아침에는 흔들어 깨워도 못 일어날 정도로 기절잠을 잘 수밖에 없다.


3.

고양이의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하다. 사랑이 넘쳐흐를 때가 있어서 질투를 하기도 한다. 고양이 한 마리를 집중적으로 예뻐해주고 있으면 자다가 슬며시 일어나 눈도 못 뜬 채 느적느적 걸어온 뒤 다리를 베고 눕는다. 고양이들이 독립적이고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직접 키워보면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서 깜짝! 놀랄 것이다.

매일 엄마와 머리 박치기로 사랑을 확인하는 여름이, 매일 온몸을 끌어안고 부비부비해야 하는 배찌, 매일 다리를 베고 배마사지를 받아야 하는 예삐, 매일 전용빗으로 빗질을 하고 품에 안긴 뒤 토닥토닥 잠들어야 하는 심바, 매일 새벽 5시에는 엄마들이 모두 일어나서 자기를 꼭 예뻐해야 하는 콩이, 매일 침이 뚝뚝 떨어지도록 뽀뽀타임을 심하게 가져야 하는 아리, 매일 무조건 자기만 예뻐해야 하는 막무가내 아기 고양이 솜솜이 까지. 모두 사랑쟁이들이다.


가끔은 이렇게나 애정이 필요한 아이들인데, 실은 내가 헤어짐의 순간을 견딜 수 없어서 ‘나를 위한’ 연민이 발동한 까닭에 7마리 모두 내가 키우겠다는 욕심을 부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곤히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외동 고양이로 자랐다면 더 많은 사랑을 받았을 텐데.’ 오늘밤에도 오늘 하루,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내어서 예뻐해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릴 것이다.


4.

고단한 하루를 보내었거나, 행복한 하루를 보내었거나.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는 고양이도 꿈을 꾼다.

고양이의 잠꼬대는 잠자리에 든 나의 고양이들의 꿈에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이다. 좋은 꿈을 꿀 때는 “그르릉”소리를 내며 꾹꾹이까지 하며 잠을 잔다. 그리고 맛있는 것을 먹는 꿈을 꿀 때는 “냠냠”소리를 낸다. 간혹 자기들끼리 싸우는 꿈을 꾼 것인지 “으르렁! “하면서 발작하듯 깨어나기도 한다. 이렇게 악몽을 꾸었을 때 “괜찮아.”하면서 다독다독해 주면 안심하고 다시 금방 잠에 든다. 다음날 일어나면 어떤 꿈을 꾸었냐고 자세하게 물어보고 그건 그냥 꿈이었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그나저나 우리 야옹이들은 커서 뭐가 되고 싶을까? 형님 고양이가 되는 것이 꿈이려나.




매일이 새로웠던 어린이냥이 시절 아리


비가 오는 날 창 밖을 내다보면서, 날이 맑은 날 햇살 아래에서 쉬면서, 출근하는 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퇴근 후 무사히 돌아온 나의 냄새를 맡으면서, 잠들기 전 내 팔을 베고 품에 안겨 있으면서. 유리구슬 같은 눈으로 바라보는 너희들의 세상은 어떨까 나는 궁금하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다. 눈에 우주를 담고 있는 고양이는 우주 같은 생각과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우주를 품은 나의 고양이들이 오늘도 행복하기를 바라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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