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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nt kim Feb 09. 2024

통화할 때 꼬박꼬박 대답해 줘서 고마워

엄마의 전화통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고양이는 하염없이 끼어든다.

저랑 통화하시면 고양이가 대답해 줘요.


일곱 고양이중에서도 유독, 사랑이 넘치는 콩이는 혼잣말을 하는 엄마를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한다. 전화통화를 할 때면 옆자리를 차지하고 계속 대답을 해준다. 얼마나 ‘효놈’인지 자다가도 일어나서 꿈뻑꿈뻑 졸면서 대답을 다 해준다. 그리고 계속 자신이 대답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말을 쉬지 않으면 고함에 가깝게 큰소리로 통화를 방해한다. 그래서 업무 전화는 집에서 절대 받을 수가 없다.



제일 말 많은, 사이좋은 턱시도 형제






고양이와 나는 다른 종으로 태어났기에 어쩔 수 없이 각자의 언어를 사용할 뿐! 7년을 넘게 같이 살며 쌓은 돈독한 정서적 유대와 그를 바탕으로 하는 의사소통은 무척이나 원활하다. 특히나 우리 집 야옹이들은 똑쟁이로 태어났기 때문에 나와 소통이 된다는 사실도 자각하고 있다. ‘맘마 먹고 싶어요’라든지, ‘사랑해 주세요’ 같은 간단한 요구사항쯤은 아주 정확하게 표현하는 천재냥이들이다. 이렇게 소통이 가능한 것은 고양이 눈높이에서 대화를 청해야 한다는 나의 양묘원칙이 한 몫했다.


그렇다고 해서 고양이들이 하는 모든 행동을 용인하고 무조건 봐주지는 않는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예의 바른 고양이들이 되어야 되니까! 훈육을 할 때는 아주 단호해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이중인격자냐면서 놀랄 정도이다. “안돼!”, “내려가!”, ”이리 와! “ 질질 끄는 법 없이 아주 명료하게! 다행히 이런 과정을 거쳐 나의 똑띠 고양이들은 나를 서열 1위! 아니 0순위 대왕 고양이쯤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어설픈 야옹이 언어로 지시한 사항일지라도 재깍 따르며 7마리 냥이와 함께 하기 위한 규칙들을 잘 지키며 살고 있다. 이것이 다묘가정이 살아가는 법이다.

 


솜솜이랑 똑같이 자는 아기 예삐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은 고양이들은 아주 독립적이라 키우더라도 굉장히 조용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오해한다. 고양이가 어릴 때 귀엽다고 말을 많이 걸어버린 탓에 아주 수다쟁이+애교쟁이들로 커버렸다. 그 결과 우리 야옹이들은 자존감 높은 어엿한 성묘로 자라 잠자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야옹거리게 되었다.






어느 날, 어느 누구와도 끈끈하고 따뜻한 관계를 맺어본 적이 없는 자가 나에게 “고양이가 아닌 사람이랑 정서 교류를 해야지! 고양이랑은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진짜 소통이 안되잖아”라고 말했다. ‘꼭 말이 통해야 소통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 논리대로라면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한국사람과는 말이 통해야 할 텐데, 나와도 소통이 되지 않는 건 어떻게 설명하실 건가요?’라고 공격할 뻔했다. 하지만 무식한 자가 내뱉은 말에 열을 내며 반박해 봐야 무엇하겠나. 자기 가족들과도 소통이 되지 않는 자이니, 너른 마음으로 무시하고 넘어가야지. 그러고 나서도 틈만 나면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과 ’연애를 하라 ‘라고 얕은 식견으로 조언하던 그 인간은 결국 나에게 아웃당했다. 같은 언어를 쓰면서 대화를 하고 있어도 말이 통하지 않는 인간들과 왜? 말을 해야 한다는 건지. 시간이 아깝다.



앞으로도 우리 똑쟁이들과 소통하면서
고양이로서의 삶을 불편하지 않게 영위할 수 있도록 애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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