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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버라이어티한 몸의 변화. 이게 나라고?

붓기, 고열, 저혈압, 근육통, 변비, 설사 what?

by 타샤 용석경

첫 항암 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부작용이 언제 오나 촉을 세웠다. 이런 노력과는 무관하게 각종 증상은 스멀스멀 나타나거나, 갑자기 훅 튀어나왔다. 처음이라 나름 신선했던(?) 1차 항암 부작용.


백혈구 촉진제를 맞고 바로 몸살 기운이 와서 기절한 듯 잠이 들었다. 호르몬 치료 때부터 시작된 열감은 더욱 심해져서, 급기야 자다가 땀에 젖어 2시간마다 깨기를 반복했다. 손풍기와 얼음팩은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체중은 부기로 순식간에 3킬로가 늘었다. 얼굴, 몸, 팔, 다리뿐 아니라 입안 점막과 혀도 부을 수 있다! 퉁퉁 부은 혀로 입안이 꽉 차는 새로운 경험!


꼬박꼬박 변비약도 챙겨 먹고, 좋다는 음식도 열심히 먹었지만, 꽉 막힌 변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화장실은 피 튀기는(?) 공포의 공간이 되었다. 새끼손톱만한 거라도 나오면 금메달 부럽지 않은 희열을 느꼈다.

자꾸 쳐지는 것 같고, 무료한 마음에 책이라도 볼까했더니 눈도 침침하다.


아, 서럽다. 하지만 대신 그간 가까이하지 않던 드라마 덕을 보았다. 딱히 몰입은 잘 안되지만,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통증에 신경이 덜 쓰였다. 고상하게 명상이라고 주장하고 싶지만, 실상은 멍때리기. 항암 치료 중 넷플릭스는 여느 부작용 약 못지 않게 큰 도움이 되었다. 나 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의 정신적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몸이 불편하면 예민해지고, 나도 모르게 가족들에게 버럭할 수가 있으니까.


가벼운 몸살처럼 시작된 근육통. 처음에는 살갗만 따가웠는데 날이 갈수록 강도가 심해졌다. ‘근육통’이라는 단어에 무수히 많은 의미가 들어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4차까지 근육통은 쭉 계속됐는데, 통증의 느낌도, 강도도 매번 달랐다. 같은 항암 약이어도 근육통은 심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 걸 보면 사람마다 부작용은 다 다르다.


며칠 골골하고서는 ‘체력이 좋으니 적당히 항암도 견딜만하군~!’싶었는데, 이런 오만함을 들켰는지 딱 7일 차에 열이 났다. 이번에도 둔한 나는 몸이 안 좋으니 쉬어야지 하고 이불을 싸매고 누웠다. 오한은 심해지고 비몽사몽 끙끙 앓다가, 병실 룸메이트 언니에게 발견되었다. 언니의 표현을 빌리면 이불을 뒤집어쓴 애벌레처럼 불쌍했단다. 춥지만 이불을 걷어 냈는데도 열은 38.7도까지 올라갔다.


열이 나면 바로 병원으로 오라는 의료진의 가이드. 동시에 지방에서 구급차를 타고 2시간을 갔는데, 코로나 검사와 대기 환자로 응급실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자연스레 열이 내려서 그냥 돌아온 언니가 생각났다. 어쩌지. 병원마다 가이드가 다른데, 어떤 곳은 해열제를 먹어도 내려가지 않으면,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하기도 한다.


암환자인 것도 모자라 응급실까지 가는 건가 덜컥 겁이 났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일단 해열제를 먹기로 했다. 부리나케 약을 먹고 얼음팩을 온몸에 부비부비 필사적으로 문질렀다. 열도 열이지만 허리는 또 왜 끊어질 듯이 아픈지. 그래도 다행히 시간은 좀 걸렸지만 열은 내려갔다. 정신이 좀 차리고 허겁지겁 무언가를 입에 넣었다. 나의 생존본능이란.


이렇게 한 번의 이벤트만 남기고 사라지는 줄 알았는데 못내 아쉬웠나보다. 다음 날 찾아 온 새로운 이벤트. 림프 관리와 회복을 위한 스트레칭을 하는데 갑자기 싸한 느낌.


’어랏? 뭐지?‘

불과 몇 초도 안 되는 사이에 힘이 빠지면서 쫙 가라앉았다. 호흡은 가빠지고 속은 울렁거렸다. 어지러움과 동시에 눈이 감기면서 몸이 휘청거렸다. 일시적인 혈압 저하로 인한 쇼크. 다행히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침착하게 대응해주셨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피를 보내는 기능도 약해져서 혈압이 낮아질 수 있다고 한다. 하긴 저혈압뿐 아니라, 무슨 일이 생겨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으니.


이럴 때는 하체를 상체보다 높게 하고, 피를 상체 쪽으로 보내도록 다리를 주무르거나 무릎을 몸쪽으로 접었다가 펴주는 동작이 도움이 된다. 온통 하얘졌던 얼굴, 입술 이 잠시 후 다시 색이 돌아왔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컨디션이 돌아오고 나서도 당황스러웠다. 만일 혼자 있었다면, 병원이 아니라 밖이었다면? 이래서 자만하지 말고 몸을 잘 살피라고 하는 거구나 몸소 깨달았다.




항암 치료 관련 부작용은 너무나도 다양하다. 약이 암세포만 공격하는 게 아니라 정상적인 신체 기능을 하는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약마다 부작용이 다르지만, 유방암, 난소암 같은 여성암의 경우 탈모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백혈구가 감소하면, 감염 위험이 증가한다. 메스꺼움(오심)과 구토가 반복되기도 하고, 적혈구 생성이 감소하면서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빈혈이 생기거나, 혈소판 생성이 저하돼서 작은 상처에도 쉽게 멍이 들거나 피가 잘 멈추지 않기도 한다. 항암 치료 중 치과 치료가 어려운 이유이다.


점막도 공격을 받아 구내염이 심해지고, 음식을 먹는 것이 큰 고통일 수 있다. 피부 트러블뿐 아니라 손발톱의 색이이나 형태가 변형되고 심하면 빠지디고 한다. 설사와 변비를 롤러코스터처럼 오가면서 변비약을 먹기도, 설사약을 먹기도 조심스럽다. 가장 오래가는 부작용은 말초신경계. 항암 치료가 끝난 후에도 6개월에서 길게는 2년까지 지속되는데, 손발 끝이 저리거나, 무감각하고 통증을 느끼게 된다.


유방암 항암 약의 종류는 많지만, 대표적으로 많이 쓰이는 건 공포의 빨간 약으로 불리는 독소루비신(아드리아마이신, 앞 글자를 따서 보통‘A’로 표시)과 탁센계(‘T’로 표시)인 탁소텔(도세탁셀) / 탁솔(파클리탁셀)이다. 여기에 암 타입별, 상태에 따라 약이 추가되어 각기 다른 조합으로 치료를 받는다. 보통 A는 오심, T는 근육통을 주된 부작용으로 알고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항암 약으로 면역력이 저하되어, 미처 알지 못했던 내 몸의 가장 취약했던 부분에 심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게 아닐까 싶다. 항암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온갖 상상을 하며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폭풍 검색을 했다. 매번 어떤 증상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했다.


치료를 마친 지금 돌이켜 보니, 마치 아이를 낳기 전 출산 후기를 알아보면서 극에 달했던 공포감과 비슷한 것 같다. 실제로는 산모마다 진통 시간도, 힘듦의 정도도 다르니, 굳이 다른 사람의 후기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무엇보다 두려워하고 걱정한 것과 달리 잘 해낸다. 단지 겪어 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일 뿐이다.


즉, 항암 치료를 앞두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이것저것 알아보지만, 같은 부작용을 겪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으니 미리 걱정하지 말자. 오히려 항암 치료 중 마음과 몸을 챙기는 게 더 중요하다. 심리적으로 건강 상태를 과신하지 말고, 평소와 다른 몸의 반응이 나타나도 당황하지 않기. 몸의 상태를 잘 살펴서 필요한 약을 먹거나,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다른 사람은 수월하다던데, 왜 나만 유독 부작용이 심한지 원망스러워도 소용이 없다. 치료를 위해 독한 약이 몸에 들어갔고, 그걸 견뎌내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니까. 내 몸 어디가 힘들어하는지, 아픈지 살피면서, 잘 견뎌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자. 항암 치료 중에는 몸에 애정 어린 관심을 갖고,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항암 치료 초반에 나의 몸 상태를 과신하고, 피곤한데도 제대로 쉬지 않고, 운동을 하는 바람에 가벼운 쇼크 증상을 겪은 적이 있다. 살면서 처음 겪는 일에 놀라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그 뒤로는 아주 유난스럽게 나의 몸을 사랑하려고 노력했다. 조금만 피곤해도 바로 누워 쉬고, 부작용의 낌새가 보이면 약을 먹었다.


비록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알 수 없고, 미리 알더라도 줄이거나 막기는 어려운 만큼, 내려놓음의 자세로 받아들이고 관찰하고, 대응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하나 덧붙이자면 부작용 알아볼 시간에 운동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자!


* 이 글은 22년 출간된 책 <유방암이지만 괜찮아> 내용 중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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