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25년도인 지금 22년의 아팠던 이야기를 연재해도 괜찮을까 고민했었어요. 하지만 뒤따를 후배 환우님들과 보호자분들을 향한 저의 진심과 온몸으로 부딪치고 좌충우돌하며 겪은 노하우를 너무나도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망설임보다 컸던 것 같아요. 연재 초반에 지금의 이야기로 오해를 불러일으켜 걱정을 끼쳐드린 점 늦게나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요.
참고로 종이책은 연재 분량보다 훨~~씬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요. (최초 원고 A4 130장에서 100장으로 줄이고 줄여서 욱여넣었답니다.) 막 진단받으시거나 치료 중이시라면 제가 쓴 책이지만 도움 되는 부분이 있으실 거라 도서관에서 빌려보시면 좋겠어요.
3년 전의 이야기인 만큼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시죠? (아니어도 궁금하다고 해주세요. 은근 수줍음 많은 내향인이랍니다.) 치열한 전투 후 굳은 결의를 다지고 복직을 했어요. 22년 첫 책 출간 직후예요. 이제 꽃길만 열리리라 기대했지만 복직 후에는 암경험자의 사회복귀라는 생각지 못한 두 번째 전투가 펼쳐졌어요.
그때 혼자 동굴을 파며 힘든 마음을 풀어내고자 글을 썼고 그게 제 브런치의 시작이었어요. 지금 보니 시간이 역순으로 흘러갔지만 그때 끄적끄적 기록한 글들이 두 번째 책의 밑바탕이 되었답니다. 새로운 연재에서는 두 번째 책 출간을 바탕으로 한 출간 이야기를 해보려고요.
참, 그래서 지금 건강은 괜찮냐고요? 지난달에 4년 6개월 검진을 패스했고 내년 6월 마지막 검진을 앞두고 있어요. 5년 완치가 되더라도 평생 관리 & 암경험자라는 고귀한 타이틀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묘해요. 내년 1월 산정특례도 종료예정이고요.
암으로 삶이 잠시 멈춘 것 같았지만, 그 뒤에도 삶은 계속되더라고요. 치료나 완치 여부와는 무관하게 늘 삶은 그렇게 계속되고, 어떤 상황에서든 삶의 의미와 감사와 행복함을 찾는 많은 분들을 보면서 겸손한 마음과 태도를 배우려고 노력 중이에요.
22년에 쓴 에필로그의 일부로 연재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응원하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모두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매일매일 해피엔딩~
(종이책 에필로그 中)
암 진단 직후 저의 목표는 5년 완치 판정이었습니다. 이야기의 결말은 꼭 해피엔딩이 되어야 한다고, 그래서 희망의 아이콘이 되겠노라 굳게 결의를 다지기도 했습니다.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치료를 마치고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저의 꿈은 달라졌습니다. 물론 완치 판정은 너무나도 바라지만 더 이상 인생의 목표는 아닙니다. 5년 검진을 통과해야만 제 삶이 행복한 건 아니니까요.
저를 비롯해 모두가 마음 한편에 안고 있는 재발과 전이에 대한 걱정. 잘 지내다가도 한 번씩 불안한 마음이 들고는 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 걱정은 영원히 현실이 되지 않을 수도 있고, 혹여나 그렇더라도 우리의 삶은 계속될 겁니다. 진단을 받았지만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요.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며 시간을 흘려보내기에는 살밍 너무 소중하다는 걸 이제는 깨달았습니다.
바로 지금 여기 이 순간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그게 바로 제 유방암 이야기의 해피엔딩입니다. 매일매일 해피엔딩, 생각만 해도 설레지 않나요?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알 수 없지만 현재는 오롯이 우리 품에 있으니까요.
이 책을 읽는 모든 분들이 오늘도, 내일도 해피엔딩을 이어가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