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뭔가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사실은 아주 사소하다. 2019년 그것도 가을에 첫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유튜브를 한다면 이렇게 해야지 하며 휴대폰에 그해 봄에 찍은 저장된 영상이 있었다. 도대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 얼굴과 말과 동작이 들어가는 영상이라 어찌나 오글거리던지. 그 후 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렸던 2020년에는 온라인 수업을 위해 매일 밤마다 학습 영상을 만든다며 한편씩 찍고 잠을 잤다. 지금은 아이들이 등교를 하기 때문에 주중에는 찍지 않고 필요한 영상만 댓글을 보고 주말을 이용해 찍고 있다. 그간의 시간을 돌아보면 내 주위의 일들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유독 유튜브 만은 계속하고 있었다. 유튜브에서 크게 수익이 바래서도 아니고 엄청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냥 유튜브를 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의미 있고 찍기 전에는 '내가 이걸 왜 할까?',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까?' 별의별 생각이 드는데 찍고 나면 그렇게 보람된 일이 없다. 정말 예전의 같이 근무했던 교감선생님 말씀이 맞는 거 같다. 세상에는 누군가 추천하는 일이 잘된다. 뭔가 나의 행동에서 무엇인가를 본 듯싶다. 그래서 뭔가를 조언해주는 말이 정말 딱 맞는다. 지금 글을 쓰는 이유도 어느 친한 후배의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형은 일단 재미있잖아, 글을 써봐요"
유튜브를 하는 것도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모두 주위 분들의 추천이 있었다. 즉, 추천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결론이다. 교사되어 보니 이 말에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 하루는 아침부터 말이 험하고 행동이 유난스러운 아이가 있었다. 내가 "OO아, 왜 그래? 조금 자중해야지!"라고 말하면 그걸 듣고 마음을 가라 앉히면 다치는 일이 없다. 그래도 장난을 멈추지 않는 경우 꼭 무릎이 까이건 누군가와 부딪치건 보건실 행이다.
현재 살고 있는 모습은 모두 주위의 추천이었다. 교사가 된 것도 부모님께서 추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위의 이런 조언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내가 만약 "유튜브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에 '내가 무슨 유튜브?'라고 생각하고 넘겼다면 지금의 삶은 예전과 똑같은 타인에 의한 삶이었을 것이다. 그냥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의 삶. 누군가는 "그것도 좋은 게 아니냐?"며 말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정말 짜인 교육과정에 의한 삶이다. 몇 해 전 아이들과 현대 자동차 견학을 간 적이 있다. 그곳에 일하는 분들은 뼈대만 있는 자동차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도착하면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다 슬슬 차마다 주문내역이 다른지 주문서를 쓰윽보고 능숙한 솜씨로 조립해서 다음 공정으로 보내는 모습을 보며 '아,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구나 돈은 많이 벌어도 얼마나 지루할까'라도 생각한 적이 있었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1년의 교육과정으로 물론 아이들은 다르지만 공장에서 자동차를 찍어내 듯 교육을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학교교육은 대동소이하다. 나는 그 일을 20년 이상하고 작년에 학교를 옮겼는데 내가 오기 전 그곳에 젊은 선생님이 바로 그만두었다고 한다. 건강 상의 이유도 아니고 신규발령받아 1년 정도 학교에 근무하고 바로 그만두었다고 한다. 교사 되기가 엄청 어려운 시절인데 어렵게 된 교사를 버린 게 안타까워 얼굴도 모르는 후배에게 전화라도 해보고 싶었는데 우연히 학생 문제로 전화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차마 묻고 싶은 질문은 못하고 그냥 학생에 대한 질문만 하고 끊고 말았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그 후배의 마음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20년을 똑같이 반복되는 교육과정으로 살다 보니 내 자신을 잃어감이 느껴지고 자존감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느 보고서를 보니 우리나라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가 최하위에 있었다. 뭐 하지 마라, 겸임도 안된다, 교사로서 품위를 잃는다 등등 왜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게 많은지 그래서일까? 교사를 하면 할수록 자존감이 떨어진다. 항상 뭔가를 못하게 하고 지켜보는 느낌이 있어서 일까 그 젊은 교사는 이미 그것을 눈치챈 듯싶다. 나는 20년이 걸려 느낀 것인데. 다행히 교육부에서 교사들의 유튜브를 교육적인 것에 한 해, 품위를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가가 떨어졌다. 겸직이 가능해진 것이다. 교사로서의 삶에 숨통을 트여준 것이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왜 교사는 뭐든 할 수 없단 말인가? 그렇고 보면 달지 유튜버가 정말 고마운 일을 했다. 문제는 본인은 끝내 못 견디고 교사를 그만두었다는 소식에 이유가 어떻든 안타까웠다.
내가 유튜브를 하면서 나의 삶 또한 많은 변화가 왔다. 주말에 영상을 찍기 때문에 아침부터 잘 씻고 휴일에도 머리를 감는다. 사실 게을러서 휴일에는 머리를 감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영상을 찍기 때문에 휴일에도 머리를 감는다. 이게 참 사소한 거 같지만 사실 매우 큰 행동의 변화이다. 휴일은 그냥 집에서 뒹굴뒹굴 TV 채널을 1번부터 200번 끝번까지를 왕복을 하면서 넷플릭스도 기웃거리면 어느새 저녁이다. 참 신기하게 휴일을 시간이 빨리 간다. 그런 삶에서 지금은 아주 치열하다. 아침부터 단장을 하고 무엇을 찍을까 고민하고 미리 공부도 하고 영상 속에서 말을 잘하기 위해 글이 많은 사회책을 3장 정도 소리 내서 읽는다. 읽고 안 읽고는 영상의 결과가 다르다. 그렇게 찍고 편집하고 유튜브에 올리고 썸네일 만들고 홍보하고 그렇게 해야 영상이 가까스로 한편 나온다.
또 다른 변화는 내가 충북 온라인 수업 콘텐츠 교육연구회 회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사실 초임 시절 교육연구회의 회원으로 어느 교육연구회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교육연구회 회장 선생님은 그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참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의 나의 모습이 그 회장 선생님이다. 이 연구회는 작년에 내가 계획서를 갖고 만든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회장은 내가 된 것이다. 올 1년 동안 회원 선생님들의 영상 만드는 것을 도와주고 편집 교육도 해서 곧 영상 발표회도 가질 예정이다. 이미 많은 선생님들의 보내온 영상을 보고 최종 편집도 한번 더하는데 왜 그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앞으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나쁜 짓을 하면 안 된다. 올해 학부모 대상 컴퓨터 강사가 되어 많은 학부모를 대상으로 영상제작 방법에 대해 강의를 했기 때문이다. 혹시 길거리를 걷다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신호를 무시한다던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안 될 거 같다. 이때 사실 하나 더 느낀 점이 있었다. 나의 꿈은 어쩌면 강의를 하는 사람인 거 같다. 너무 즐겁고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이야기하는데 희열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부끄럽지만 이 강의 후 오랫 만에 지도 교수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용감하게도 내가 유튜브 쪽에 강의를 해봤는데 대학교 학부생들 상대로 강의를 맡고 싶다고 하니 교수님은 흔쾌히 맡기실 일 있으면 연락 주신다고 하셨다. 아마 유튜브 활동이 아니었으면 이런 전화는 내 성격상 안 했을 것이다. 그만큼 나는 좋았다고 해야 하나.
무엇보다 유튜브 활동의 이점은 자신감의 회복이 아닐까 싶다. 사실 나도 승진을 하려고 몇 번이나 전문직 시험에 응시하다 떨어졌다. 필기시험은 통과되도 면접에서 떨어지고 그 다음부터는 필기시험에서도 떨어졌다. 나는 사실 뭐에 크게 실패해서 낙담해본 경험이 드물다. 그래서일까 전문직 시험에서의 낙방은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당연히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내 힘으론 이 상황에서 헤어 나올 수 없을 거 같았다. 그 터널은 너무 어두웠고 깊었다. 그런데 유튜브를 시작하고부터는 그 악몽 같았던 기억에서 나올 수 있었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게 해 주었다. 게다가 유튜브 영상을 보다 브런치 작가를 해보면 좋다는 말에 작가 심사에서 6번이나 떨어졌다. 이 또한 '나는 되는 게 없다'라는 생각에 포기하고 있다가 어느 날 우연히 유튜브 영상에서 "작가는 될 때까지 하는 것!"이라는 말에 감동을 받아 다시 한번 작가에 응모했는데 7번 째에 붙었다. 이때 알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될 때까지 하는 것이라고.
삼국통일을 한 신라의 김유신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당나라까지 끓여 들여 삼국통일 한 것에 비난의 말이 많았다. 그때 김유신이 한 말이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자"라고 했고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살아남는 종은 강해서가 아니라 변화에 적응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유튜브를 통해 나는 변화할 수 있었고 예전에는 어려운 일이 오면 한번 해보고 안되면 바로 포기하고 말았지만 지금은 될 때까지 해보겠다는 마음이 생겨났다. 혹시, 인생에서 큰 좌절로 앞이 안 보여 막막함을 느꼈을 때 나는 유튜브를 해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그곳에는 나를 응원해 주고 내가 만든 영상에 진심으로 감사해하는 사람들의 댓글을 보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게 해 주며 인생을 겸허한 마음으로 살게 해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