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약 Oct 09. 2021

병원 선택 : 다시 대학병원으로

편두통 예방약 변경

어느 신경과를 가야 하나 

: 3차 병원





내가 제일 처음 방문한 신경과(A)는 집 근처에 있는 3차 대학병원이다. 안과를 전전하다 처음으로 내원하게 된 신경과였고, 편두통 예방약으로 센시발을 처방받았다. 예방치료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2주 후로 다음 내원일을 잡았다. (센시발을 포함한 항우울제는 최소 2주는 복용해야 약효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다음 예약일까지 버티지 못하고 강남에 있는 개인병원(B)에 입원하게 되었다.


(B)에서 2박 3일 입원 후 나는 다시 한번 더 개인병원(B)에 방문하였고, 예방약을 변경했으며, 이대로 이곳에서 맞는 약을 찾아가도 괜찮겠다 싶었다. 개인병원(B)에 대한 믿음은 없었지만, 그래도 입원 전보단 살만해서 굳이 대학병원 (A)에 가야 하나 싶었던 거다. 처음 처방받았던 센시발이 그다지 효과가 있지 않았기에 예방약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신경과(B)가 마음에 들진 않지만, 아픈 몸을 끌고 대학병원(A)에 가는 건 부담스러워서 갈팡질팡 하던 중에 엄마가 강력하게 주장했다. 




대학병원으로 가라.





한 번 가보라고. 간다고 해서 나쁠 것 없지 않냐고 나를 설득했다. 또 처음 병원을 찾을 때는 몇 군데 정도 가 보는 게 좋다고도 말씀하셨다.


나는 굳이 그럴 필요 있나 긴가민가 했지만, 엄마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대학병원(A)에 다시 한번 가보기로 했다. 이미 예약은 잡혀 있었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니 따로 할 일은 없었다. 뭘 고민했나 싶었다. 


얼마 안 있어 대학병원(A) 내원일이 다가왔다. 갑작스럽게 입원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 날이 두 번째로 신경과를 방문하는 날이었을 것이다.  









많은 일이 있었다



그날도 나는 여전히 할 말이 많았는데, (병원에 가면 그렇게 할 말이 많더라) 의사 선생님 얼굴 보기가 쉽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신경과 특성상 병원을 찾는 텀이 길어서, (최소 1달 정도) 그 사이사이 내 상태 변화를 가능한 많이 잘 전달하고 싶었다. 나의 상황을 알리고, 적절한 도움을 받아 얼른 나아지고 싶었다. 


뭐부터 말해야 할지, 말하고 싶은데 혹 잊고 말하지 못하는 게 있을까 싶어 끄적끄적 기록해 놨다. 미리 인쇄한 후, 의사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진료실에 들어갔다. 

이는 한두 번으로 그치지 않고, 병원 방문마다 거의 매번 이어졌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 시점 시점마다 내가 어땠는지 돌이켜 볼 좋은 자료가 돼주고 있다.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다.




나는 2주 동안 내 상태가 어땠는지, 센시발을 먹고 나서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중간에 너무 아파서 다른 신경과에 입원했다는 말을 했다. 


입원하면서 찍은 뇌 영상 사진(뇌 MRI, MRA)을 챙겨갔다. 비록 예약에 그치고 말았지만, 대학병원에서도 뇌 CT 예약이 돼 있던 터라 뇌 영상 사진이 필요해 보였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은 'MRA까지 찍을 필요 없는데...' 하면서 영상 사진을 보시고는, 뇌는 아무 문제없다고 했다. 이미 결과는 알고 있었지만, 의사 선생님이 영상 사진을 유심히 보던 짧은 그 시간 또 살짝 조마조마했다. 


현재 먹고 있는 약은 뭔지, 입원 시 복용한 약은 뭔지도 다 말했다.


의사 선생님이 예방약을 변경하자고 했다.










두 번째 방문 : 뇌전증약을 처방받다



상품명 토파맥스, 성분명 토피라메이트(Topiramate)는 뇌전증약으로 쓰이고 있는 약물이다. 편두통 환자라면 우울증이 없어도 항우울제를 처방받듯, 간질 환자가 아니더라도 간질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대학병원에 처음 내원 시 항우울제인 센시발을 처방받았고, 이번에는 뇌전증약인 토파맥스를 처방받았다)


한 번 당황한 경험이 있다고 이번엔 딱히 당혹스럽거나 괜히 기분 나쁘거나 하지 않았다.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위기감에 그 외 사항은 제쳐둘 만큼 나도 필사적이었다. 다만 내가 이토록 선입견이 강한 사람이었다는 게 (살면서 별로 인지하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눈앞에 드밀어지다 못해 까발려졌을 뿐이었다. 


나는 편두통이 싫듯 우울증도, 간질도 싫었다. 환자가 병을 고를 수 있을 리 만무하건만, 질환의 선호를 따지는 게 우습기도 하지만 그냥 싫었다. 항우울제도 뇌전증약도 반갑지 않아 마지못해 먹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복약순응도는 매우 매우 높았다)




이전 09화 내가 복용한 편두통약 (센시발, 에나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