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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알감자 Mar 14. 2022

「문득, 이따금씩 쓰인 일기」 : 할로윈데이

「문득, 이따금씩 쓰인 일기」는 과거에 쓰인 짤막한 일기들을 모아 놓은 글입니다. 때문에 게재된 날과 쓰인 날이 다를 수 있습니다.





꽤 심한 악몽을 꿔 맑지 못한 정신으로 게슴츠레 뜬 눈을 비비며 지하철에 탔다. 늘 하던 루틴처럼 자리가 빌 때까지 서서 책을 읽는다. 주로 왕십리나 광화문역에 다다를 때면 자리가 한둘 비워지게 되는데, 이 날은 광화문역 부근에서 빠졌던 자리를 꿰차앉았다.


돌아오는 주말은 할로윈데이다. 10월 31일에 열리는 이 아기자기한 미국 어린이들의 축제는 지난 몇 년 새 한국의 어린이들에게도 관례처럼 자리 잡은 축제가 된 모양이다.


오늘 출근길 지하철에선 영롱한 눈을 가진 여자아이가 화려한 비즈가 박힌 망토와 박쥐 머리띠와 사납지만 익살맞게 웃고 있는 호박봉을 들고 내 앞을 총총 지나갔다. 아마도 다니고 있는 유치원에서 할로윈파티를 하기로 해 잔뜩 멋을 부린 것 같다.


상상만 해도 너무 귀엽지 않나.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오늘 이 글을 쓰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오늘 꾼 악몽은 이 사랑스러운 사건에 묻혀버렸고, 단언컨대 이 팅커벨 같은 아이는 할로윈파티에서 제일가는 멋쟁이가 될 것이다.



[2021.10.29]

문득, 이따금씩 쓰인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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