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그림

물이 되는 꿈

by 글쓰는 요가 수행자

Jul 16. 2025

전시 장소에 도착해서 사람들을 만났어요. 4개월 동안 온라인에서 함께 그림을 그렸지만 실제로 만나는 건 처음이었지요.

벽 하나가 제가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이곳에 무엇을 하게 될까요?

오일파스텔로 그림을 그리며 언젠가 전시를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5년 후 10년 후가 아니라 바로 지금 전시를 합니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말이에요.

마음을 다해 그렸던 그림이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혼자 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마음을 나눕니다. 누군가가 그림 앞에 잠시 서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찹니다.

저의 이번 전시 주제는 '물이 되는 꿈'입니다.

물이 빛납니다.

흐르는 물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흔들립니다.

어떤 길을 걸어왔던

우리는 강에서,

바다에서 만나겠지요.

함께 기뻐 춤을 추고

다시 물방울이 되어

하늘로 올라갈 겁니다.

언제나 물이 되고 싶었습니다. 흐르는 물처럼 살고 싶습니다. 물빛에는 많은 색들이 담겨 있습니다. 좋은 일, 행복한 일, 나쁜 일, 힘겨운 일. 모든 것은 흘러갑니다. 단 한순간도 그대로 멈추지 않고 흘러 지나갑니다.

1) 나의 물결 : Oil pastel on paper, 14.8*21 cm, 2024

마음을 담아 물결을 그렸습니다. 전시한 작품 중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 작품입니다. 물결을 보면 내가 생각나고, 나의 일부가 느껴집니다. 그림에 감정을 담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첫 번째 작품입니다.

2) 낯선 곳에서 : Oil pastel on paper, 14.8*21 cm, 2024

가본 적 없는 머나먼 강을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여행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한때는 모든 것을 훌훌 털어놓고 세계여행을 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이제 방에서 그림을 그리면서도 세계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 여행의 아름다움을 전합니다.

3) 어찌 그대는, 이름마저 한강 : Oil pastel on paper, 14.8*21 cm, 2024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기념하여 한강을 그렸습니다. 한강의 아름다운 노을. 어찌 그대는 이름마저 한강일까. 한강의 소설을 읽고 글 쓰는 마음가짐도 새롭게 다졌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이 무언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4) 너에게 달려가 : Oil pastel on paper, 14.8*21 cm, 2025

파란 바다, 배에서 바라보는 물결을 그렸습니다. 어디론가 시원하게 달려가는 느낌입니다. 제주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시원한 파도와 구름을 담아 그림을 그렸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그림입니다.

5) 어디를 향해 가든 : Oil pastel on paper, 14.8*21 cm, 2025

어디론가 날아가는 새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어디를 향해가든, 그곳이 어디든 새는 용기 있게 날개를 펼칩니다. 내가 가야 하는 곳으로 당당히 날아가기를 당신 역시 그러기를 바라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노을과 초콜릿빛 바다가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6) 너의 밤 : Oil pastel on panel, 30*40 cm, 2025

이번에 전시한 작품 중에서 가장 커다란 작품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제주 서남쪽의 형제섬을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아름다운 바다이지만 사실은 폭풍우가 치는 거센 파도를 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달빛을 받은 바다는 아름답게 빛납니다. 당신의 밤이 어둡지만은 않기를 당신의 상처마저도 아름답게 빛나는 과정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