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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선생님이 된 지 6주가 되었습니다.

우리 동네 무료 요가 교실


제주에 오고 스스로에게 '요가 선생님' 타이틀을 붙였다. 이 정도의 실력이면 요가 고수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요가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든지 요가 동작들을 가르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요가 수업이 벌써 6번째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사람들이 올까?' 하는 게 가장 걱정이었고 그다음은 '내가 수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6주가 지난 지금,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요가 수업에서 충만한 에너지를 받고 집에 온다.


수업 정원은 10명. 매주 신청하는 사람은 조금씩 바뀐다. 무료 수업이다 보니 저녁에 일정을 올리고 나면 얼마 안돼 신청이 마감된다.


오신 분들이 수업에 어떻게 왔는지, 어떤 기대를 하며 왔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수업을 앞둔 나의 마음은 항상 떨린다.




교생 실습 할 때랑 비슷하다. 10년 차가 된 지금이야 수업은 당연히 하는 일상생활이 되었지만 교생실습을 할 때는 매 수업 준비에 공을 많이 들였다.


활동 1, 2, 3 짜는것도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두 고민이었다. 지금의 나는 그렇게 요가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동작을 일일이 짜서 미리 해 보고, 순서를 외우려고 공책에도 한번 적는다.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요가 수업장소로 향한다.




처음에는 적막하기만 하던 이곳에 수다가 생겼다. 자주 보는 사람들끼리 인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누군지도 모르고 수업을 진행했는데 이제 아는 얼굴들이 보인다. 누가 왔고 누가 안 왔는지, 새로 온 사람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힘든 동작들을 함께 해 내고 마침내 사바아사나. 쉴 때는 나도 함께 눕는다.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수업을 마칠 시간.


수강생들을 마주하고 두 손 모아 가슴 앞에 합장을 하면 그렇게나 가슴이 떨릴 수가 없다.





눈을 감고 기도하듯 하는 말 한마디


"오늘도 저와 함께 수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집에 가시는 길 조심히 돌아가세요."


그 말을 하며 내 가슴의 에너지를 나눈다. 그럴 때, 나의 가슴에서는 마르지 않는 샘처럼 에너지가 넘친다. 에너지를 듬뿍 나누어주고 나 역시 그 에너지를 함께 받는다.


회원님들이 매트를 돌돌 말고 문을 나서며 "감사합니다." 한 마디를 건네면 거기에도 에너지가 이만큼 묻어있다. 손에 쥐어주신 두유 한팩, 웃음에도 에너지가 가득이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면 약간 들뜬상태가 되고 만다.




첫 수업을 할 때는 너무 떨려서 있는 에너지도 다 쏟아붓고 왔었는데 이제 그렇지가 않다. 재능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함께 한 시간을 요가한다는 게 얼마나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마음이 가슴에서 가슴으로 통하는지, 회원님들도 좋은 말씀을 참 많이 남겨주신다. 오늘 하루의 수업에서 힘을 얻고 또 일주일을 살아간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에게 '글 쓰는 요가수행자'라는 이름표를 붙여주었고, 정말 요가 선생님이 되었다. 오늘 하루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요가선생님이다.




*사진: Unsplashoutsidethccn ds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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