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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300번째 글은요.

오늘은 뮤지컬 연습 쉬는 날.


오늘은 뮤지컬 연습을 쉬는 날입니다. 아침부터 요가를 다녀와서 시원한 국물의 닭곰탕을 먹고 낮잠을 두 시간 잤습니다. 끙끙 앓으면서 자는 동안 에너지가 충전됐는지 밤늦도록 잠이 안 와요.


두 시간째 잠이 못 들면 그냥 포기하고 일어납니다. 오늘은 명상을 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열었어요. 그런데 제가 벌써 브런치에 300개의 글을 썼더라고요.




브런치는 제가 언제 어디서든 작가로 살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친구입니다. 처음 3개의 글을 써서 작가 신청을 할 때부터 지금까지 3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네요.


글을 쓴다는 건 저에게 나를 돌보는 것. 내 생각을 적어보는 것. 지나가는 시간을 흔적으로 남겨보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바쁜 와중에도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결국은 흩어지고 말 추억들을 글로 적어놓기 위해서 말이에요. 마치 여행 중에 사진을 찍는 것처럼 저의 인생을 짧은 글로 남기게 되는 것 같아요.




뮤지컬 연습은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어요. 의상을 입어보고 어제는 해녀복을 입어보기도 했어요. 제 인생에서 해녀복을 입을 기회가 있을까 싶었는데 정말로 위아래 해녀복을 입고 거울을 보니 너무 신기했어요.


물론 해녀복을 입는 건 굉장히 힘든 경험이었어요. 고무복은 고무라기보다는 두껍고 보온이 잘 되는 스펀지에 가까웠어요. 맨살에 입을 수가 없어서 바디 로션을 잔뜩 바르고 겨우 다리를 집어넣었어요.


상의를 입는 건 더 어려운 일이었어요. 목이 꽉 끼는 그 좁은 구멍으로 머리를 집어넣어야 했거든요. 고무복 속에서는 숨을 잘 쉴 수도 없었어요. 숨을 꽉 참고 머리를 집어넣는 동안 저는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이렇게 태어났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온몸이 꽉 끼는 해녀복. 물 위에서도 제대로 숨을 쉬기가 어려웠어요. 이 옷을 입고 어떻게 물속에 들어가는 걸까.




저는 이번 공연에서 한 명의 해녀가 되고 싶었고 그 꿈을 어느 정도 이루게 된 것 같아요. 직접 물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바다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마음을 느껴 볼 수 있었어요.


공연까지 앞으로 남은 10일의 시간 동안 아프지 않길. 컨디션 조절을 잘해서 최상의 상태로 무대에 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무얼 하길 원하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저는 사람과 연결되고 통하는 그 느낌을 참 좋아해요. 세상에는 나와 같은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걸, 여기 뮤지컬 공연에서 만난 사람들을 알아가면서 느껴요.


나와 타인이 아니라 연결되어 있다는 그 느낌이 참 좋아요.


브런치로 연결되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해요. 우리도 작은 인연의 끈이 연결되어 있을 거예요. 오늘도 무탈하시기를 바라며. 잠 못 드는 밤 글을 남깁니다.




*사진: UnsplashNastia Petr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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