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삼도바당을 바라보며, 뮤지컬 이어싸 삼도바당
뮤지컬 '이어싸 삼도바당'의 배경은 1987년 삼도바당입니다. 저는 삼도바당에서 물질하는 해녀 역할을 맡았어요. 해녀복을 입고 물질하는 장면에서 시작되는 우리 작품은, 삼도바당을 지켜내기 위해 싸우다가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작품입니다.
"손에 손잡고 우리 사는 삼도바당 살기 좋도록"
노래 중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며 한 번도 삼도바당에 가 본 적이 없습니다. 집과 아트센터를 왔다 갔다 하는 것만 해도 많은 체력이 소모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공연이 끝나고 우연히 삼도바당에 가게 되었습니다.
삼도바당은 공연의 내용과는 달리 매립되고 정비되어 '탑동공원'이 되었습니다. 저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곳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깔끔하게 정비된 공원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햇살을 쬐며 공원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물질하는 해녀 역할을 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멀리 바닷가를 향해 내려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그 계단까지 걸어가 보니 거기에는 이런 표지판이 있었습니다.
"본 시설은 해녀 어장 진출입용 계단으로 익사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하여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이곳에 해녀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해주는 듯한 표지판이었습니다. 표지판이 보이지 않을 정로도 망가진 걸 보면 이곳에서 물질하는 해녀도 아마 없어졌으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이 바다가 매립되기 전 해녀들은 바다를 지키려 소리쳤을 것이고, 대안으로 이 계단이 바다를 향해 나 있게 된 것이겠지요.
바다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어서 탑동공원에는 자살 의심자로 생각되는 신고가 많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저 계단을 없애야 하지 않냐는 의견이 많다고 해요.
우리는 작품 속에서 삼도바당을 지켜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직접 물질을 한 것도 아닌데, 저는 그 시절 거기에 살았던 해녀 한 명이 된 듯한 기분입니다. 매립 반대 시위를 하고 세숫대야를 들고 싸우던 제가 마치 어디엔가 존재했던 것만 같아요.
그렇게 씁쓸하게 다시 2025년의 내가 되어 삼도바당을 만납니다.
지난 3개월간 저는 삼도바당 해녀였고, 삼도바당 사람이었습니다. 이제 그 바다에게도 작별인사를 할 시간이 왔네요.
안녕, 삼도바당!